두 번째 억대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가 탄생했다. 오랫동안 프로게이머 랭킹 2위를 지켜왔던 홍진호(20·사진)가 그 주인공. 임요환이 동양제과와 2억원에 스폰서 계약을 맺은데 이어 홍진호도 KTF 매직엔스 게임단과 1년간 연봉 7,000만원에 부대 조건을 합쳐 총액 1억원을 받고 입단한 것. 테란의 황제 임요환과 프로토스의 영웅 박정석이 모두 '만나기 가장 무서운 상대'로 꼽는 프로게이머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라이벌간 연봉경쟁도 치열하다.'폭풍 저그'라 불리며 저그 종족 플레이어들의 우상이 돼 온 홍진호는 그동안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우승'보다는 '준우승'을 차지할 때가 많았다. 지난 달 WCG에서도 임요환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던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 그는 화를 내거나 실의에 빠지는 대신 조용히 책상에 앉아 팬클럽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상대 선수의 전략을 꿰뚫어보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을 탓했다. 어린 나이에 '만년 2인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자신을 추스렸다. 주변 사람들이 항상 '나이에 비해 속이 깊다'고 입을 모아 칭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일까? 경쟁 관계인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홍진호의 인기가 높다. 지난 달 열린 생일파티 때도 누구보다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찾아와 축하해줬다.
홍진호는 특별한 전략 전술을 개발해 내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폭풍저그'라 불리는 그만의 스타일이 있다. 저그는 테란이나 프로토스에 비해 훨씬 빠른 시간 안에 확장 기지를 늘리고 엄청난 수의 유닛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저그 고수들은 일단 본진을 방어하면서 확장 기지를 늘린 뒤 자원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수많은 유닛을 생산해 몰아치는 전술을 사용한다. 그러나 그는 초반부터 방어보다는 공격을 한다. 적은 수의 유닛을 최대한 활용해 여기저기서 게릴라전을 펴 시종일관 상대를 교란하는 점이 주특기다. 그는 뮤탈리스크와 러커 유닛 단 몇 마리만으로도 상대를 진절머리 나게 만들 수 있다.
그의 소규모 부대를 단순한 게릴라 부대쯤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잠시만 방심하면 대부대를 전멸시킬 수 있는 '최정예부대'이기 때문이다. 이러니 상대편은 몇 마리 되지도 않는 그의 유닛들을 상대하는데 급급해 자신이 연구해 온 전술을 마음대로 펼치지 못하게 된다. 관객들이 즐거움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그의 경기는 항상 '보는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의 '폭풍 저그' 스타일은 웬만한 게이머들이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순간 순간의 판단 능력과 번개 같은 마우스 놀림, 그리고 뛰어난 유닛 컨트롤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팬들은 단지 그의 경기를 즐기는 데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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