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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 박봉구" "깔리굴라 1237호"… 연속안타 날린 고선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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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 박봉구" "깔리굴라 1237호"… 연속안타 날린 고선웅씨

입력
2002.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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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연극 히트작 '이발사 박봉구', 11월의 화제작 '깔리굴라 1237호', 그리고 13∼26일 문화일보홀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카르멘'까지. 극작가 고선웅(34)의 올해 공연작품 목록이다. 앞의 두 편으로 대학로에서 연속 안타를 날린 터라 '카르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선웅의 '카르멘'은 비제의 오페라로 더 유명해진 프랑스 작가 메리메의 원작을 뮤지컬로 쓴 것이다. 자유분방한 집시 여인 카르멘에 빠져 사랑의 정열과 집착 때문에 파멸하는 군인 돈 호세의 비극이다.

고선웅은 "메리메 원작과 비제 오페라의 장점을 살리고 연극성을 강화해 '자유와 구속의 대립'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했다"고 설명한다.

"카르멘을 가해자로, 호세를 피해자로 보는 이분법이 지금도 통할까요? 제 결론은 호세가 어리석었다는 겁니다.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이 그를 망친 것이지요."

그는 4년 전 잘 다니던 광고회사를 때려 치우고 희곡 작가로 변신했다. 좁은 옥탑방에 종일 처박혀 미친 듯이 글을 써서 1년 간 10여 편의 희곡을 완성했다. 그 중 하나인 '우울한 풍경 속의 여자'로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그 해 여름 '락희맨쇼'로 대학로에 데뷔했다. 만화연극을 표방하며 황당무계한 상상력으로 관객을 배꼽 잡게 만든 이 작품으로 그는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살색안개' '맨홀추락사건' '약(藥)테러락(樂)'이 잇달아 대박을 터뜨렸다.

흥행이 쉽지 않은 연극판에서 꽤 잘 풀린 셈이지만, 연극으로 먹고 살기는 여전히 힘들다고 말한다. 천장이 높고 큼직한 책상이 있는 작업실을 갖는 게 소원이란다.

연극에 입문한 것은 대학 연극반 시절. '에쿠우스'의 작가 피터 쉐퍼의 '태양제국의 멸망'을 직접 각색·연출해 대학연극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원래 연출을 하고 싶어서 희곡을 쓰게 됐다는 그는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 영화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시나리오도 몇 편 썼다. 그 중 한 편은 내년 봄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같은 길을 뱅뱅 도는 마을버스 기사의 이야기이다. 10년 후쯤, 50세가 되기 전에 영화감독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광고회사에서 전시기획을 해본 경험을 살려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고구려―평양에서 온 고분벽화와 유물' 특별전의 기획도 맡았다. 가히 종횡무진이다.

"희곡작가만 고집하진 않습니다. 관심사가 넓다는 건 제 인생이 그만큼 산만하다는 증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한 우물을 파는 것이 꼭 미덕일까요. 그건 세상 사는 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욕구가 절실하면, 에너지는 자연히 나온다고 믿습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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