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의 증시 퇴출요건을 강화한 금융감독위원회의 상장·등록기업 퇴출기준 개선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증시에서 부실기업정리 작업이 빨라지면 투자자들은 그만큼 쉽게 우량기업에 투자할 수 있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한 상장사에 대해 유예기간없이 즉시 상장폐지토록 하고, 주가가 액면가의 20%(코스닥은 30%)를 밑돌면 상장폐지토록 한 것은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단기적으로는 퇴출기준에 걸리는 기업들이 주가 끌어올리기에 나서는 역작용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우량기업의 주가상승 등의 긍정적 효과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퇴출기준이 당초 기대보다 낮은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가 총액이 10억원 미만인 관리종목은 퇴출토록 했지만, 부도·화의기업을 빼면 현재 이 기준에 걸리는 기업은 코스닥 기업 1개사뿐이다.
최저주가 요건에 걸리는 기업도 거래소 13개사, 코스닥 3개사에 불과하다. 증시가 침체기인데도 이 모양이니, 증시가 상승세로 접어들 경우 주가 및 시가총액요건에 걸려 퇴출되는 기업은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경우 예외를 인정키로 한 대목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도대체 퇴출을 시키려고 정한 기준인지 부실기업을 봐주려고 만든 기준인지 아리송할 정도다.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 기업은 최저주가에 해당하더라도 퇴출대상에서 제외토록 한 단서조항은 누가 봐도 하이닉스의 퇴출을 막기 위한 특혜조치로 읽힌다.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금융당국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부실기업을 몰아내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퇴출기준을 더 엄격하게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