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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섹스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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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섹스코미디

입력
200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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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色卽是空)'에서 '색'은 '현실의 모든 물질'을 말한다. 그러나 영화 '색즉시공'(감독 윤제균)은 주체할 수 없는 섹스에 대한 욕망으로 해석한다. 이것으로 일단 영화의 소재는 결정된 셈이다.그 다음은 이야기의 수준인데 지저분하고 천박한 농담들을 한없이 쏟아낸다. 때문에 낄낄대며 즐겁게 보려면 잠시동안 바보가 되거나, 평소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유치한 수준으로 내려가라. 그렇지 않으면 구역질을 할 테니까.

시작부터 노골적인 섹스 이야기와 역겨운 행동들이 쏟아진다. 담배꽁초와 가래를 섞은 소주를 침대에 흥건히 토해내고, 걸핏하면 밥 먹다 입안의 음식을 다른 사람 얼굴에다 뿌린다. 출입문에 받혀 들고 있던 쥐가 입 속에 들어가질 않나, 토한 입을 씻지도 않고 침이 질질 흐르는 입으로 키스를 하지 않나.

말이 대학생이지 수준은 '몽정기'의 사춘기 소년보다 낮다. 섹스에 대한 욕망의 표현도 추잡하기만 하다. 포르노 잡지나 테이프를 보고는 아무데서나 자위행위를 하다 여학생들에게 들키고, 차력반 동아리 선배(최성국)는 인형과 섹스하기에 바쁘다. 급기야 정액으로 요리까지 해 장난을 치고, 돼지 발정제까지 등장한다.

에어로빅 선수인 은효(하지원)에게 첫 눈에 반해 속을 태우는 주인공 장은식(임창정)은 법대생이라고 하기에 차마 부끄러울 정도로 극단적으로 희화화한 바보다. 소독 연기를 불이 난 것으로 착각해 무작정 기숙사 5층에서 뛰어내리질 않나, 쥐약 넣은 샌드위치를 막무가내로 먹질 않나, 차력 한답시고 물통에 머리 처박고 물구나무를 서고 바보 영구와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만, '덤 앤 더머'의 짐 캐리를 뒤섞은 모습이다. 나머지 인물들도 오십 보 백 보.

'색즉시공'은 이렇게 바보들이 모여 시도 때도 없이 한심한 장난과 해프닝, 역겨운 섹스코미디로 일관해 3류라고 하기조차 민망스러운 영화다. '몽정기'의 사춘기 소년들에게는 그 나이와 시대(1980년대)가 주는 순수와 애교와 추억이라도 있지.

한국영화라고 스스럼 없는 섹스코미디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아메리칸 파이'나 '오스틴 파워'의 화장실 유머를 흉내낼 필요는 없다. '오스틴 파워'에는 지독한 독설이라도 있고, 윤제균 감독은 전작 '두사부일체'에서 그나마 사학비리 고발이라도 담더니 '색즉시공'에는 그런 사소한 존재 이유조차 없다. 바보 장은식의 지극히 상투적인 휴머니즘과 사랑으로 농담을 끝냈다. 정말 한국영화가 어디까지 가려는 것일까? 12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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