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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서울SK 용병스타 리온 트리밍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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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서울SK 용병스타 리온 트리밍햄

입력
200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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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당신 같은 스포츠기자가 됐을 것이다." 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양지면의 서울SK나이츠 숙소. 304호 방문이 열리자 용병 리온 트리밍햄(31)이 기다렸다는 듯 기자를 반겼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는 은퇴한 뒤 스포츠 평론가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평소 딱딱한 인상 때문에 접근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웃음꽃을 피우니 더없이 순박한 모습이다.■올 시즌 최고의 용병은 바로 나

올 시즌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리온 트리밍햄. 각 구단이 용병 때문에 골치를 썩이는 요즘 서울SK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바로 트리밍햄 때문이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내외곽에서 쏘아대는 득점포와 용수철 같은 탄력, 시원하게 내리꽂는 슬램덩크는 팬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9일 현재 트리밍햄은 서울 삼성의 서장훈(26.39점)을 제치고 득점 1위(27.17점) 블록슛 3위(2.21개) 가로채기 3위(2.37개)에 올라 있다. 자연스레 지난시즌 용병 MVP를 수상한 동양의 마르커스 힉스(블록슛 1위, 득점 3위)와 비교대상에 오른다. 둘 중 하나가 올 시즌 최고의 용병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트리밍햄은 "자신을 능숙하게 컨트롤하는 그를 보면 농구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고 힉스를 칭찬하는가 싶더니 "모든 면에서 내가 한수 위라는 건 분명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조니 맥도웰(인천SK)에 대해서는 한바탕 웃음부터 터뜨린다. "누가 보더라도 농구선수의 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맥도웰은 큰 덩치에도 민첩한 스타일이라고 평한 뒤 가장 상대하기 힘든 용병으로 에릭 이버츠(코리아텐더)를 지목했다. 미 프로농구(NBA)의 전설적 스타인 래리 버드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며 찬스를 만들어 낸다는 게 이유다.

■NBA스타 팀 던컨이 내 친구

트리밍햄의 고향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카리브해의 푸에르토리코 동쪽에 위치한 세계적인 휴양지다. 트리밍햄은 지난시즌 NBA 최우수선수(MVP)인 팀 던컨(26·샌안토니오 스퍼스)과 고향친구라는 사실을 늘 자랑한다. 세인트 크로이섬 출신인 트리밍햄과 던컨은 동네 농구리그 격인 '픽업볼'에서 함께 운동하던 절친한 사이로 가끔 전화통화를 주고 받는다. 트리밍햄은 "던컨은 내가 대학 다닐 때 고교생이었는데 당시에는 뛰어난 실력이 아니었지만 '미스터 펀더멘털(Mr.Fundamental)'이라는 닉네임처럼 기본기가 탄탄했다"고 기억했다. 트리밍햄은 버진아일랜드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기도 했다.

시카고 트라이아웃 7순위로 국내 무대를 밟은 그에게 한국은 호주 독일 일본 푸에르토리코 등에 이은 7번째 외국리그. "일본리그의 경험을 생각해 마음을 놓았는데 한국선수들의 엄청난 중거리슛과 속공에 깜짝 놀랐다. 서장훈이 인상적이지만 NBA에서도 통할지는 알수 없다. 2∼3년 후에는 경험을 쌓은 김주성이 최고가 될 것이다."

트리밍햄은 한국 프로리그를 높게 평가했다. "유럽과 호주 베네수엘라 리그가 수준 높지만 리그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팀 운영이나 언론의 관심, 다양한 이벤트 등 한국리그가 NBA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호주 언론에선 Flight44 로 통해

트리밍햄은 기도를 안 하면 경기가 안 풀리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다. 술은 한 모금도 못 마시고 쉬는 날에는 내년 3월 데려올 약혼녀나 가족들과 전화통화 하는 것 외에 TV시청과 인터넷 서핑이 유일한 취미다. 아직 이태원에도 안 가봤을 정도다. 스스로를 '카우치 포테이토(소파에 앉아 감자칩을 먹으며 TV시청만을 즐기는 사람)'라고 밝힌 트리밍햄은 성격도 차분하다. 최인선 감독이 "인텔리 집안인 것 같다"고 전한 트리밍햄의 가족으로는 정유회사에서 은퇴한 아버지와 KFC 지점을 4개나 소유한 어머니, 그 중 한군데서 점장을 하는 바로 아래 여동생과 교사인 막내 여동생이 있다.

94년 호주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스타로 등극한 그에게 현지언론은 '림을 뛰어넘는 사나이(Above the Rim)'라는 별명을 붙였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별명인 '항공기 44번(Flight 44)'은 98년 베네수엘라와 2001년 푸에르토리코에서 우승할 때까지 그를 상징했다. 매운 김치 맛에 푹 빠져 반쯤 한국인이 됐다고 너스레를 떤 트리밍햄은 숙소를 나서는 기자에게 "신문에 Flight44가 한국코트에 높이 떴다는 말을 꼭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용인=글 박석원기자 spark@hk.co.kr

사진=최흥수기자

● 프로필

생년월일: 1971년 1월 2일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신체조건: 198.5㎝ 105㎏

출신교: 93년 브라이어 클리프대 졸

서전트 점프: 100㎝

별명: Above the Rim, Flight 44

좋아하는 음식: 김치, 오징어볶음밥, 파스타, 치킨

은퇴후 계획: 스포츠 칼럼리스트 또는 사업가

활동리그: 호주(94∼95년) 독일(95∼96년) 일본(98∼99년) 푸에르토리코(2001년)

수상경력: MVP(호주,푸에르토리코) 득점왕(호주,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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