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과 정치광고는 미디어 선거를 대표하는 캠페인 방식이다. 그런데 TV토론에 대해서는 많은 평가가 있었지만 정치광고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경시되어 왔다. 하지만 1964년 미국 대선에서의 유명한 '데이지 꽃' 광고처럼 때로는 단 한번 방영된 정치광고가 승패를 결정짓기도 한다. 7살 소녀가 꽃 잎을 하나 둘씩 세며 따는 동안 핵폭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이 광고는 유권자에게 공화당 베리 골드워터 후보의 보수성향에 대한 엄청난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린든 존슨 민주당 후보에게 승리를 건네줬다. 이 광고는 동시에 정치광고의 윤리성에 대한 많은 논란을 불렀다.선거운동 시작 후 5일까지 2회 방영된 한나라·민주당의 TV 광고와 각각 6회 게재된 신문광고를 소재로 캠페인이 유권자에게 올바른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평가해보았다.
▶ TV 광고
한나라당의 첫 광고인 '버스운전사' 편은 난폭 운전으로 사고를 낸 버스와 안전한 버스를 대비하면서 노무현 후보의 불안정하고 과격한 이미지와 대비되는 이회창 후보의 안정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광고가 이성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광고가 취하는 전략은 네거티브 광고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감성적인 '공포 호소(fear appeal)' 전략이다. 보통 대선 캠페인에서 첫번째 정치광고는 후보자의 프로필을 알리는 포지티브 광고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 후보의 경우 이례적으로 네거티브 이미지 광고로 출발한 점으로 미뤄 광고의 기본전략이 네거티브임을 짐작케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버스승객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약간 구사하고 있다. 이는 간접적으로 '호남정권'에 대한 연상작용을 일으키려는 숨겨진 목적을 가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역감정을 은밀히 자극하려는 이런 기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후보진영의 두 번째 정치광고는 민주당의 실패한 교육 정책을 이회창 후보의 교육, 여성 정책과 대비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광고는 노무현 후보가 어떻게 민주당의 실패한 교육정책을 계승하려 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고 단순히 실패한 민주당의 정책과 노무현 후보의 그것을 동일시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첫 정치광고인 '눈물' 편은 40대의 민주화 경험을 상기시키면서 서민과 공감하는 노무현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포지티브 이미지 광고이다. 주된 전략은 감성 호소(emotion appeal) 전략이다. 그리고 민주화 세대의 가치관을 강조하는 점에서 가치 호소(values appeal) 전략이기도 하다. 노무현 후보의 두 번째 광고인 유쾌한 정치개혁편도 기본적으로는 포지티브 이미지 정치광고인데, 이 광고 역시 동일하게 감성 호소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광고는 기성 정치인과 대비하여 노무현 후보가 서민의 대변자로 새로운 정치를 열어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 후보가 보병 출신임을 내세움으로써 은근히 병역문제를 간접 상기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정책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으면서 시종 이미지 광고로만 일관하고 있는 단점이 드러나고 있다.
▶ 신문광고
한나라당의 신문광고의 기본 기조는 DJ의 실정과 노무현 후보를 동일시하면서 대안으로 이회창 후보의 정책을 제시하는 네거티브 전략이다. 게재된 모든 정치광고는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소속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 왜 부패정권의 계승자인가에 대한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3, 4일자 정치광고의 "과격, 급진성, 불안성도 같습니다"는 문구에서 드러나듯, 색깔론에 기초한 네거티브 전략을 취하고 있다. 게재한 사진에서 대통령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장면은 단순한 임명장 수여식 장면인데, 이를 통해 그가 DJ에게 굴종한다는 인상을 퍼뜨리고 있다. 5일자 정치광고에서 별다른 근거없이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번 선거전에서 나온 광고 중 가장 전형적인 흑색 선전형태 광고로서 규정될 수 있다.
노무현 후보측도 신문광고에서는 사실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의혹에 휩싸인 사람이 대통령이 되려는 것은 낡은 정치, 부패정치의 연속일 뿐입니다"라며 인신공격 네거티브 광고 전략을 취하고 있다. 5일자 광고는 한나라당의 네거티브를 비판하며 폭로정치를 과거적 행태로 규정했다. 그리고 노무현의 21세기 비전을 내세웠지만 이런 단어를 정책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슬쩍 한나라당 후보를 20세기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규정하는 등 우회적인 네거티브 기법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
또 '부패정치 물러가라'는 제목 밑에 당 후원회에서의 이 후보와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사진을 게재한 것도 인신공격성 네거티브 광고로 지적된다. 3일자 광고에서는 은근히 상대후보를 'IMF의 아들'이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5일까지 기준으로는 전혀 포지티브 광고를 내보내지 않은 이회창 후보 진영에 비해 두 번의 포지티브 광고를 내보내는 긍정적 양상도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노무현 후보진영도 근거가 약한 의혹을 제기하며 인신공격 네거티브를 사용하고 있으며 포지티브적 광고도 아직까지 단순 이미지 광고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미국의 최근 경향처럼 이미지와 정책 대안이 결합되는 포지티브 광고나 정확한 근거로 정책을 대조하는 네거티브 광고가 한국의 대선 캠페인에서도 절실히 요구된다.
● 공동 집필/안병진(安秉鎭)·이준한(李埈漢)·최형익(崔亨翼) (이상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가나다 순)
■ 양당 광고 전략은
한나라당은 신문과 TV를 구분한다는 광고 전략을 새로 세웠다. 애초에는 되도록 대안 제시 중심의 차분한 광고를 기본으로 삼아 왔으나 전체적으로 민주당에 다소 밀린다는 안팎의 지적에 따라 세부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신문광고는 당내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박원홍(朴源弘) 홍보위원장은 "민주주의 국가의 양당 구조 하에서 상대방의 실체를 알리는 공격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를 무조건 비방이라고 소홀히 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에 대한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 부패한 민주당 정권의 후보 MJ 연대 = 권력 나눠먹기, 비리 은폐 연합 소수 정파 대통령 탄생 = 정국 불안 초래 등을 강조해 이 후보의 경륜·안정감을 부각할 방침이다.
TV광고는 기본 컨셉이 다르다. TV 광고의 특성상 네거티브 공세를 바닥에 깐 논리적 광고가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평에 따라 정책 비전 제시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가기로 했다. 심준형(沈駿亨) 홍보특보는 "이 후보의 정책을 알리고 홍보하는 데 주안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신문·TV 광고의 컨셉은 포지티브(Positive) 전략에 기반한 감성 접근이다. '인간 노무현'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노 후보의 정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심어주는 게 주내용이다.
특히 TV 광고에서는 노 후보의 '풋풋한 인간미'를 내세우고 있다. 노 후보의 진솔한 면을 최대한 부각해 '새로운 국민후보'라는 이미지를 심겠다는 전략이다.
1차 TV 광고 '눈물'편에서는 실제 노 후보가 눈물을 흘리는 화면을 사용해 생생함을 살렸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2차 TV광고 '유쾌한 정치개혁'은 코믹 터치로 젊은 표심을 겨냥했다.
신문광고는 노 후보가 '새로운 정치'에 어울리는 인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격보다는 정책 비전 제시 등을 메인 메시지로 내세워 최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살리려 애썼다.
또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과 관련, '정치인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부끄러울 때가 없습니다'라는 카피의 백지 광고를 통해 유권자들의 감성에 접근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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