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부인 한인옥(韓仁玉)씨는 9일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의 하나인 대전 지역을 누볐다. 지난달 27일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남편을 대신해 전략지역 표밭 갈이에 뛰어든 지 14일째의 강행군이다. 후보단일화 직후 노풍(盧風) 차단을 위해 부산·경남 지역에 4일씩 머무는 등 몸을 돌보지 않은 탓에 며칠 전에는 독감으로 고생을 해야 했다.한씨는 이날 여느 때처럼 아침 5시30분께 일어나 맨손체조로 피로를 털어냈다. 평소 아침 식사 준비만 돕고 자신은 식사를 거르지만 이날은 모처럼 이 후보와 식탁에 마주 앉았다. 그는 2차 TV토론을 앞둔 이 후보에게 "엄숙한 표정 짓지 말고, 많이 웃으면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한씨는 요즘 승용차로 하루 200∼300㎞를 옮겨 다니며 재래시장과 양로원, 어린이집(고아원), 병원 등을 찾아 소외계층, 서민층과 주로 만난다. 시장을 돌 때는 붕어빵, 어묵, 과자를 사면서 상인들에게 다가 서려고 애쓴다. 유세 스타일은 "이회창 후보 많이 사랑해 주세요", "많이 아껴 주셔서 고맙습니다"는 등 감정에 호소하는 화법에 치중한다. 특히 종종 한씨와 동행하는 탤런트 엄앵란씨가 특유의 입담으로 분위기를 달궈 준다.
전날 부산 국제시장 상인이 건네 준 두툼한 외투를 입고 이날 대전 유성장터를 찾은 한씨는 '다소 열세'라는 당내의 우려와 달리 상인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부인 권양숙(權良淑)씨는 요즘 거의 부산·경남 지역에서 산다. 특히 노 후보의 취약층인 40,50대 여성표를 끌어 들이기 위해 하루 14시간의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권씨는 4일 부산에 내려간 후 8일까지 마산 창원 포항 거제 통영 등을 훑었고 9일에는 대구 지역을 찾았다. 4일 하루에만 10여 구간씩 지하철 유세를 2번이나 했고, 시장유세 2번, 재활원·여성연구소 방문, 방송 출연 등 빽빽한 일정을 채웠다.
권씨의 유세는 '다소곳한' 스타일이다. 마이크를 잡으면 투박한 경상도 억양으로 "대통령후보 노무현의 아내 권양숙이 여러분께 인사 드리려 이곳에 왔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라는 말을 하는 정도다. 번드르르한 말은커녕 "꼭 한 표 찍어 달라"는 말도 잘 못해 '정치인 부인답지 않다'는 평도 받는다. 그러나 한 수행원은 "오히려 진솔해 보여 호응이 좋다"고 높은 점수를 주었다.
권씨가 유세를 다니는 동안 "5년간 해준 것이 뭐가 있다고 표를 달라고 하느냐"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악수를 청했다가 외면당하는 일도 있다. 권씨는 그래도 생선을 만지던 시장 상인들의 고무장갑 손을 꼭 잡고 "열심히 하겠다"를 연발한다.
권씨 유세에는 후보부인 비서실장인 김화중(金花中) 의원과 한화갑(韓和甲) 대표 부인, 신기남(辛基南) 의원 부인 등이 수행하며 보좌하고 있다. 김희선(金希宣) 단장이 이끄는 희망어머니 유세단은 찬조연설 등을 통해 유세장의 분위기를 띄워 준다.
권씨는 요즘 유세 때문에 노 후보의 얼굴을 거의 보지 못한다. 대신 노 후보가 나오는 뉴스와 방송 연설을 꼭 챙겨보고 영상 이미지와 발언 내용 등에 대해 평가를 해준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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