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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反美 앞에 몸사린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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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反美 앞에 몸사린 외교부

입력
200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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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겠습니까."반미 감정이 확산되면서 한미관계 손상을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이 말은 정부 주무 부처인 외교부에 딱 들어 맞는 듯해 착잡함을 자아낸다. 미군 2명에게 무죄평결이 내려진 뒤 심상명(沈相明) 법무부 장관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할 필요까지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후 대통령후보들과 시민들의 "불평등한 SOFA를 개정하라"는 목소리는 커졌고 반미 감정은 더욱 기세가 더해 갔다.

여기에 비하면 외교부는 "미일 및 미독 SOFA에 비해 손색이 없다"며 "운용면에서 개선하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 내용을 따지기에 앞서 국민감정과의 사이에 큰 괴리가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7일 밤 반미 감정과 SOFA개정 문제를 논의한 KBS―TV 토론회는 정부 입장을 알릴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정작 외교부 관계자는 여기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회자는 "외교부 관계자에게 '정부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으나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최근의 사태를 두고 외교부는 공식 논평을 내기는커녕 '몸사리기'에 바쁜 모습이다. 괜한 소신을 부렸다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 십상이고 자칫 다음 정권에서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눈치보기'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그러나 반미 감정이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한다면 이 상황에서 외교부가 해야만 할 말이 없을 수가 없다. 실상을 실상대로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하고, 국민감정을 어떻게 관리하는 외교를 펴야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을 성의있게 보인다면 이해를 못 받을 것도 없다. 나아가 국민들이 제대로 모르는 대목이 있다면 정면으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당위적 역할이 바로 이것이고, 스스로 진퇴양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도 여기에 있다.

이진동 정치부 기자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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