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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혜의 충무로 사람들]배우 유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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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혜의 충무로 사람들]배우 유승범

입력
200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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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얼굴이 있다. "오랜만에 책 좀 볼라는데 그만 갈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라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멘트, 그렇게나 까다로운 방송용어를 슬쩍 비껴간 한 줄로 사랑을 받기 시작한 유승범(사진)이 그렇다.며칠 전 그만그만한 드라마들 속에서 무엇을 볼까 리모콘을 눌리다가 "이사님…" 뭐라 하는데 채널을 고정시키게 됐다. 분위기 있는 목도리를 두르고, 근사한 목소리를 내며 성숙의 향기를 폴폴 풍긴 채 상사인 이미숙을 대하는 사랑표현 방식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가 알던 유승범이 바로 저 유승범이었더란 말인가.

그가 변했다. 드라마 '고독'을 통해 청년 유승범은 그 이전의 이미지를 확 날아가 버리게 하는 새로운 옷을 잘 어울리게 코디했다. 땅에 발을 디디지 않는 것 같은 가벼움으로 하는 말마다 밤거리의 귀여운 양아치를 연상하게 하는 역할에서 유승범이 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몇몇 맘 맞는 친구들이 모여 만들었다기에는 너무 반향이 컸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시사회에서 처음 유승범을 보았다. 똘똘한 천재감독 유승완의 동생이어서 형의 영화에 출연을 했지만 자기 생활을 그대로 보여준 자연스런 연기로 이른바 그는 떴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떠서 TV주말극 '화려한 시절'의 고교중퇴한 철진,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신세대 웨이터 기태로 이미지를 이어갔다. 유승범이 나타나자 마치 만들어 진 것 같은 캐릭터들이 세상에 왜 그리 많은지 그는 모든 역할을 접속불량 한편 없이 자기화했다.

어색하지 않은 표지 사진, 꾸민 것 같지 않은 대화, 인간적인 성숙을 꿈꾸는 젊은 남자로 점차로 인식시키는 이즈음 그의 인터뷰 기사들을 차근차근 읽다 보면 사진과 위배되는 숫기 없음이 느껴진다. 껌을 짝짝 씹을 것 같은 얼굴인데 진지함을 입에 가득 물고 있고, 대충대충 마무리하고 친구들 만나러 갈 것 같은데 놀기를 결코 즐기지 않는 고독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는 모든 역할을 늘 미완의 돌덩어리로 시작했다가 다듬어진 보석으로 완성시키는 놀라운 재주를 가졌다. 27일 개봉할 '품행제로'는 처음부터 줄줄 잘 읽히는 시나리오였지만, 대본을 다듬고 다듬을 때마다 그를 찾아와서 중필이가 되어 달라고 했다는 조근식 감독을 철저히 믿게 되어 출연을 결정했단다. "나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발전해 그는 한창 품행이 방정해지는 상태로 접어들었는데, '품행제로'를 하게 된 그의 선택도 최선이었을 것.

제도권에서 받는 길고 지루한 교육을 포기하고 그는 일찍이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습득한 체험이나 맡은 역할을 통해 배운 것들을 믿는다. 열 살도 넘게 어린 남자에게 나도 인생을 배운다?

/영화컬럼니스트 amsaja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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