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송·변전소 건설사업이 각종 민원 등에 부닥쳐 표류하고 있다. 특히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분당 용인 등 일부 신도시에서는 공사가 지연되면서 수년 내에 전력 대란으로 이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분당변전소 건립 지연
한국전력은 2004년까지 분당구 정자동 5의1 일대 1,400여평의 부지에 변전소를 건설키로 하고 2000년 말부터 계속해서 경기도에 건축허가를 요청해 왔다. 그러나 경기도는 이 일대가 신도시 건설 당시 교통광장으로 지정된 곳인 만큼 다른 지역에 변전소 부지를 마련하거나, 지하화할 것을 요구하며 허가를 반려했다. 이 같은 양측의 입장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 2년 여 동안 평행선을 달려왔고, 결국 변전소 건립 지연으로 2004년 4월 첫 입주하는 백궁·정자지구 아파트 주민들은 제한 송전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전 관계자는 "백궁·정자지구의 입주가 완료되는 2005년의 분당지역 인구는 계획인구(39만명)를 훨씬 넘는 45만명에 이를 것"이라며 "당장에라도 공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분당지역 전체에 제한송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정부지 지하에 180억원을 들여 설치한 전력구 공사가 완공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전 역시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용인도 위험
용인지역도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송전탑 설치공사를 놓고 주민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용인 수지지역 등의 전력공급을 위해 추진중인 신안성-신성남 송전선로 공사와 관련, 분당구 구미동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전측이 전자파 발생 등 주민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지상으로 송전탑을 건립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주민들은 "송전탑의 지중화(地中化)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적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이다. 이 때문에 송전탑건설 공사는 2년 이상 중지된 상태.
동백택지지구 등 구성읍 일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한전이 2004년 완공예정으로 추진중인 신용인변전소-동백지구(2.7㎞)의 송전탑공사 역시 인근 화운사 승려와 신도들의 반발로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또 용인 북리지방산업단지의 전력공급 등을 위해 필요한 14개의 송전탑 건설사업도 주민들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반대하고 있어 차질을 빚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변전소 등이) 유해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해 협상이 쉽지는 않지만 관련 기관및 주민들과 협조,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원지역 주민들은 "변전소와 송전탑이 경관을 해치고 전자파 발생 등 문제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한전측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편의대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사진 한창만기자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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