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중반 들어 열전 양상을 나타내자, 이회창·노무현 후보 진영이 승기(勝機)를 노리고 파격적 공약을 다투어 제시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각 배제와 개헌을 위한 임기 단축 불사 등 7대 정치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또 당선될 경우 전재산을 서민을 위해 헌납하고, 비리가 드러나면 사임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후보는 임기 1년 이내에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계획수립과 입지선정을 완료하고 국회도 이곳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한 뒤, 군복무 기간을 4개월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건전한 정책대결을 통한 선거문화의 업그레이드를 주장해 온 우리로서는 활발한 공약제시를 일단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정책대결은 건전성과 타당성이 담보돼야 하며, 공약은 실현성이 검증돼야 한다. 두 후보의 공약이 특정계층과 특정지역을 노렸다는 지적과 함께 공약자체가 또 다른 논쟁을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상이다. 이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과 노 후보의 복무기간 4개월 단축은 젊은 층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 후보의 행정수도 관련 공약은 충청권의 부동표를 겨냥한 것이며, 이 후보의 전재산 헌납과 비리 시 사임 약속은 현정권의 부정부패를 부각시키려는 충격요법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선거판세가 불리하니까 급히 내놓은 궁여지책에 불과하며, 전형적인 졸속공약"이라고 깎아내렸다. 한나라당도 노 후보의 공약에 대해 "득표만을 노린 충청권 기만용이며, 복무기간 4개월 단축은 한나라당의 2개월 단축을 베낀 것"이라고 비난했다.
두 후보 진영은 상대의 정책제시에 대한 비난을 하기에 앞서, 보다 실현성 있고 보편 타당한 공약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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