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와 로댕이 서울로 온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프랑스 국립미술관연합 한국 지부인 (주)지엔씨미디어와 공동 주관으로 13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밀레 전: Millet After Millet'를 연다.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은 문화방송 주최로 17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오귀스트 로댕: 위대한 손' 전을 연다. 각각 국내 최대 규모의 밀레, 로댕 전으로 두 작가의 주요 작품이 포함된 전시작들이 수준급이다.장 프랑수와 밀레(1814∼1875)는 '이삭줍기' '만종' 등으로 잘 알려진, 19세기 프랑스 바르비종 학파의 대표적 사실주의 화가. 그가 활동하던 시대는 산업화가 진행되던 경제적 격변기이자, 농촌에서는 소작농들이 지주의 착취로 궁핍에 시달리던 시대였다. 35세에 파리 근교 농촌 바르비종에 정착한 밀레는 고단한 농민의 삶을 객관적으로 포착함으로써 휴머니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스스로 농부로 일하면서 이웃 소작농과 아낙네의 모습을 진실성과 사실성이라는 잣대에서 제시한 그의 그림은 고흐와 세잔 등 19세기말, 20세기초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전시작은 유화 32점과 판화 14점, 데생 23점 등 모두 69점으로 밀레 작품의 최대 소장처인 쉘부르 토마앙리 미술관과 오르세, 루브르 등 프랑스 5개 미술관에서 대여한 것이다. 밀레가 동시대와 이후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기 위해 다비드, 고흐 등 다른 작가의 유화와 판화 56점도 함께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밀레 사후 100여 년만에 재발견돼 그의 3대 작품으로 재평가된 '라 샤리테(자비심)'가 공개된다. 한 여인이 딸을 통해 문 밖 걸인에게 빵을 전하는 모습으로 따스한 색채와 빛의 대비가 사랑을 일깨우고 있다.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은 현대 조각의 창시자로 미켈란젤로 이후의 가장 위대한 조각가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회 출품작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각 63점과 판화 9점,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 등 74점이다. 서울 로댕갤러리가 '지옥의문'과 '칼레의 시민들'을 소장하고 있지만, 이번 전시는 로댕의 작업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전개됐는가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별된다고 주최측은 설명한다.
'칼레의 시민들'을 위해 별도로 제작했던 15점의 작품, '발자크'를 위해 만든 6점의 실험작과 '늙은 투구공의 아내' '파울로와 프란체스카' '다나이드' '청동시대' 등의 초기작부터 '빅토르 위고 흉상' 등 후기작까지 로댕의 세계를 알 수 있는 작품들이 고루 망라됐다.
로댕은 1880년 단테의 '신곡' 지옥편과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 영향받은 대작 '지옥의 문' 제작에 착수해 죽을 때까지 작업을 진행했다.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이 문에 앉아 지옥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인간이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명제화한 근대적 자아, 고뇌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구현한 조각이었다.
문의 밀레 전 (02)2124―8991∼2, 로댕 전 (02)368―1516.
/하종오기자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