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경시 현상을 방관할 수 없다. 내년도 수능시험에 단체로 응시, 모두 의대 등 소위 인기학과로 재입학 하자."최근 서울대 공대 각 학과 게시판(사진)은 '집단 수능 재응시'를 독려하는 글로 도배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달 중순 병무청이 2003년도 병역특례인원을 올해보다 무려 9,000명이나 줄인 1만1,000여명으로 확정하면서부터. 서울대 공대생이 무기명으로 게시판에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 당국이 이제 병역의 짐까지 떠안게 한다"며 "내년도 수능에 집단응시, 상위권을 점령하고, 의대에 단체로 진학하자"고 제안했다.
이 글에 대한 찬반글이 조금씩 늘어나다가 일부 학원의 수능 배치표에서 서울대 공대의 수능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달 28일 교육부가 내년도 이공계 신입생에게 309억원의 학자금 및 장학금 혜택을 준다는 발표가 나오자 하루 100∼200건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학부생'이라는 ID를 쓴 서울대 공대생은 "대학 공부가 너무 힘들고, 주변 시선도 부담스럽다. 선배들마저 행복해 보이지 않아 집단 수능 응시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대생'이라는 ID를 가진 학생은 "내신 벽이 높아서 서울대 공대를 가지 못했다"며 "이공계의 장점은 외면하고 단점만 부추기는 사람들이야 말로 이공계 기피의 최대 적"이라고 꼬집었다.
'공대생'이라는 ID의 학생도 "이공계를 되살리고 싶으면 수능을 다시 봐 의대로 갈 게 아니라 고3을 상대로 공대 살리기 캠페인이나 벌이라"고 거들었다. 이에대해 한민구(韓民九) 공대학장은 "이공계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는 단적이 예"라며 씁쓸해 했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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