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통령 선거의 각종 유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정책 공약을 차별화하기보다는 희석하는 선거전략에 치중, 정책선거의 취지를 실종시키고 유권자에게 '의도된 혼선'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두 후보 진영은 취약층 공략을 위해 기존 노선과 무관하거나 모순되는 메시지를 양산, 스스로를 유권자에게 알리기보다는 상대후보 흠집을 부각시키는 등 선거를 네거티브 양상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관련기사 8·9면한국일보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의 '주요 후보 선거캠페인 평가팀'은 8일 공식선거운동 초반 주요 후보의 유세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평가에 따르면 이회창 후보측은 유세에서 상대후보가 불안하며 무책임하다는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했으나, 스스로의 정책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해 자신이 안정감을 주는 데도 미흡했다. 이 후보측은 또 대미·사회복지 정책에서 진보적인 공약·표어를 도입한 결과 전체적으로 정책 공약 간 상호 편차가 두드러지는 결과를 낳았다.
노무현 후보도 보수층을 의식, 대북·대미 정책의 이슈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정책이슈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유세에서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와의 선거공조를 강조하면서도 민주당과의 정책 이견 문제를 회피함으로써 유권자에게 모순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평가팀은 또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는 정책선거를 표방하면서도, 찬조연설자들은 상대후보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비방을 반복하는 유세 방식이 고착화, 실질적으로는 네거티브 선거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평가팀은 "두 후보 사이에 정책수렴 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자신을 숨기려는 가면(假面) 전략과 같은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정책논쟁을 피하고 선거를 '안정 대 불안', '새로움 대 낡음' 이라는 이미지 선거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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