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주식이 가장 좋은 재테크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한국증시의 침체로 '뜨거운 맛'을 본 개인 투자자들은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일보 증권팀은 8일 '주식 전도사'를 자임하는 국내 증권사 CEO들을 대상으로 올 한해 주식투자 포트폴리오 및 수익률 등 성적표를 분석하고, 내년 증시 전망에 대해서도 들어봤다.▶주식형 펀드에 장기예치
증권사 사장들은 주로 주식형 펀드와 장기증권저축에 투자해 시장평균 이상의 짭짤한 수익률을 거뒀으며, 일부 손실에도 불구하고 장기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선호하는 투자상품은 단기 고수익 보다는 안정적인 우량주 중심으로 장기 운용되는 펀드가 많았다. 또 한결같이 한국증시가 1,000포인트에 안착하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원죄' 비슷한 안타까움을 갖고 있어 투자권유나 지수 예측에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내년 시장전망은 밝게 내다봤다.
▶침체장서 우량주 매입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은 올 10월 종합주가지수가 600선에 머물러 있을 무렵 "지금이 우량주 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적기"라며 3가지 주식형 수익증권 상품에 2억원을 투자했다. 12월 6일 현재 평균수익률은 12.18%. 황 사장의 포트폴리오를 구체적으로 보면, 저금리 및 주가 하락에 따라 연말 배당수익 매력이 높다고 보고 삼성투신운용이 운용하는 '배당플러스펀드'에 투자자금의 35%인 7,000만원을 집어넣어 4.1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굿모닝투신운용의 '업종 일등펀드'에 7,000만원을 배분, 올해 전반적인 증시침체에도 불구하고 톡톡한 재미(수익률 17.28%)를 봤다. 황 사장은 나머지 30%의 자금(6,000만원)으로 내재 가치가 높은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프랭클린 템플턴투신운용의 '템플턴 그로스4호'에 가입, 시장 평균 투자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장기증권저축으로 직접 운용
대우증권 박종수 사장은 2001년 2월 대우증권의 종합자산관리(랩어카운트) 상품인 '플랜마스터 O-tin 뮤추얼형'에 가입했다. 평균 3개월에 한 번씩 시장상황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하고 있고 최근엔 주로 채권형 수익증권 중심으로 안정적 운용을 해와 현재 투자원금 대비 8∼10%의 수익률을 보였다. 박 사장은 또 장기증권저축에 2,000만여원을 투자해 직접 주식 운용을 하고 있다. 사고 파는 회수가 엄격히 제한된 상품인 만큼 우량주 중심으로 장기투자를 하고 있으며 현재 수익률은 대략 20%정도. 세액공제 혜택을 감안하면 25.5%까지 올라간다.
LG투자증권 서경석 사장은 세액공제상품 등에 집중투자, 조사대상 CEO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주식저축과 장기증권저축에 각각 3,000만원씩 모두 6,000만원을 넣은 후 현재까지 투자원금보다 30%가량 불리는 재테크 솜씨를 보였다. LG홈쇼핑 삼성전자 대덕전자 등 우량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비과세인 만큼 올해도 환매하지 않고 내년까지 가져갈 생각이다.
▶매달 일정액씩 적립식으로
대한투자신탁증권 김병균 사장은 매달 30만원씩 넣는 개인연금상품으로 주가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견실한 수익률(10.8%)을 나타냈다. 노후 대책으로 처음에는 채권형으로 시작했지만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권하면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생각에 지난해 9월 주식형으로 바꾼 것이 결국 수익률 면에서 성공을 거둔 셈이다. 또 올 7월 초 분산투자 차원에서 가입한 채권형 펀드인 매칭스페셜장기채권펀드의 경우 8.45%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도 침체장에서 원금을 까먹은 다른 개인 투자자들처럼 손실을 본 케이스도 있다. 대투증권이 올 3월 국내를 대표하는 펀드로 육성하겠다며 내놓은 '갤롭코리아펀드'의 핵심 우량주 투자 상품인 블루칩바스켓펀드와 채권과 주식에 나눠 투자하는 위험관리형 펀드인 세이프티혼합펀드에 각각 1,000만원씩 투자했지만 올해 주가하락으로 두 펀드 모두 5%와 2%의 손실을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15%정도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편.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증권사 CEO들은 한국 경제와 증시가 상당히 건실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으며 내년 미국 등 세계경제가 안정되고 정보기술(IT) 등 주요 업종 경기가 회복되면 상승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증권 박 사장은 "2003년은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우리 증시에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1분기까지는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보지만, 이라크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경우 2분기를 고비로 새로운 대세 상승기로 돌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투증권 김 사장은 "국내외적으로 풍부한 잉여 유동성 자금이 증시에 본격 들어오면 1,000을 돌파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증권 황 사장은 "한국 증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갖춘 세계 최고 기업들이 다수 탄생해야 하며 투자자들은 이들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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