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에 돌입하자 북한이 갑자기 군사분계선 근방에서 병력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국군과 주한 미군이 경계태세에 들어간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 위해 병력을 동원한다. 군사력이 꼼짝 못하게 묶이고 7함대가 페르시아만에 파견된 상황에 처한 미국은 우방인 일본 정부에게 중국의 대만 침공을 격퇴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 주도록 요청한다. 일본은 다음 두 가지 정책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1) 중국의 오키나와에 대한 대량 미사일 공격을 유발하면서 대만을 지킨다. (2) 총체적인 국가위신이 추락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지난 가을 일본 고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모의 국가전략 수립훈련에 준비되었던 질문 내용이다. 일본 방위청 관계자의 협조에 따라 중국과의 충돌을 가상한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며 왜 그래야 하는지를 묻게 되어 있었다. 아무리 가상이지만 젊은 학생들에게는 정말 '악'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일본 공산당이 항의하는 등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중요한 것은 논쟁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변하는 안보환경이다.
■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준비와 관련하여 일본 정부가 인도양에 자위대의 이지스함을 파견하기로 결정해서 파장이 크다. 이지스함은 반경 500㎞의 구역의 정보를 수집하고 작전을 벌일 수 있는 첨단 구축함이다. 일본의 이지스함 인도양 파견은 두 가지 관점에서 주목된다. 첫째, 일본이 유엔평화유지 활동을 넘어선 군사 활동이고, 둘째 평화헌법을 통해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제한했던 미국이 이를 환영하고 나섬으로써 주변국에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이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주변국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미·일 공동작전이 더욱 중국의 비위를 건드리는 일일 것이다.
■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은 일본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중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국방력 향상에 갈수록 민감해지고 있다. 중국은 지상군 병력은 줄이고 있지만 공군과 해군력은 증강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얀마와 파키스탄에 항구를 건설하는 등 대양해군의 전략거점을 모색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주변의 움직임은 한국에게 편안한 상황이 아니다. 20년 후 어떤 모양의 안보환경이 만들어질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할 때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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