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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문애란 웰콤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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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문애란 웰콤 대표이사 사장

입력
2002.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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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터뷰를 위해 찾은 광고대행사 웰콤의 서울 장충동 사옥 '웰콤시티' 입구 중앙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끌었다. 언뜻 보기에 10년은 넘은 듯 했다.튀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광고회사이기는 하지만 감나무라니, 새삼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의문을 안고 문애란(文愛蘭·49) 대표이사 사장의 방에 들어갔다. 자리를 잡아 앉으니 창문 밖으로 그 감나무가 다시 한눈에 들어왔다. 내친 김에 우선 궁금증부터 풀어보자는 생각에 "입구에 웬 감나무입니까"라고 운을 뗐다. 그러자 문 대표의 '감(感)' 예찬론이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왔다. "광고인의 생명은 감(感)입니다. 소비자와 광고주의 감을 잡아야 성공할 수 있지요. 느낌, 다시말해 감을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입구에 감나무를 심었지요."

문 사장은 국내 광고업계에서 유일한 여성 경영인이지만 여전히 '영원한 현역'을 고집하고 있다. 1987년 웰콤을 공동 창업한 동기도 그런 까닭에서였다. "열심히 일해 국장으로 승진해 보니 서류에 도장 찍는 일만 많아지고 현장에선 자꾸 멀어져 독립을 결심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올해 마흔아홉의 나이. 창의성이 생명인 광고인으로선 환갑, 진갑이 지난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문 사장은 지금도 광고 문안 하나를 잡아내기 위해 후배들과 밤을 새우고, 직접 프리젠테이션(유치설명회)에 참가해 혈전을 벌이는 등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발산하고 있다. "현장을 떠나면 감을 놓칩니다. 감을 놓친 광고인은 이미 광고인이 아니죠."

문 사장이 현역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그만의 비결이 있다. 그는 "4∼5개의 소모임을 갖느라 한 달이 짧을 정도"라고 말했다. 놀자 모임인 '노자회', 먹자 모임인 '비체(BICE·첫 모임이 열린 곳이 비체라는 레스토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역사연구 모임인 '자운회' 등. 춤 모임도 있다. 그가 이렇게 모임에 열심인 것도 사실 감 때문이다. "새로운 춤이 나오면 홍대 앞 카페로 가죠. 처음엔 아이들을 찾으러온 아줌마로 알고 쳐다보지도 않던 젊은이들이 자유분방하게 노는 모습에 재미있어하면서 다가와 춤을 가르쳐 주기도 하지요. 그래서 테크노 춤도 배웠죠." 이것이 바로 그가 감을 잃지않는 비결이다. 꾸밈없이 소탈한 그의 모습이 좋았다.

"광고인은 철 없이 살아야 해요. 10대를 향한 광고를 하려면 10대처럼 놀아봐야 그들을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소비자의 마음을 '탐험'할 수 있는 사람, 이를 통해 소비자가 브랜드와 제품을 러브(사랑)하도록 하는 것이 광고인입니다." 광고인에 대한 문 사장의 지론이다.

웰콤에선 한 달에 한번 전직원이 참여하는 '감따기 대회'가 열린다. 사내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열어 최우수 팀에 감과 함께 50만원의 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항상 감을 잃지 말자는 그의 경영 철학이 담긴 대회다.

웰콤 광고의 강점을 묻자 문 사장은 "의외성"이라고 선뜻 말했다. 소비자들의 의표를 찔러 충격적으로 상품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미쳤어'라는 카피와 함께 미니스커트의 윤복희, 랩송의 서태지,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등 선각자들을 등장시킨 신세계 광고가 대표적이다. 국산 운동화 프로스펙스 광고에 일본군 종군위압부를 내세워 뒤 "정복할 것인가, 정복당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땐 소비자들도 깜짝 놀랐다.

'영원한 현역'을 고집하지만 경영자로서의 임무도 잊지않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좀 더 빨리 전문가로 만들고, 그들의 능력을 발굴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또한 광고주들을 만나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잡아내 광고에 반영하는 것이 광고회사 CEO(최고경영자)로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사진 박서강기자

문애란 대표는 누구

1953년 서울

1972년 숙명여고 졸

1976년 서강대 신방과 졸

1976년 제일기획 공채1기

1978년 태평양화학 광고개발팀

1981년 코래드 기획제작총괄팀장

1987년 웰콤 부사장

2002년 웰콤 대표이사 사장

● 웰콤은

웰콤은 국내 광고대행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웰콤은 1987년 당시 최고의 크리에이터(카피라이터, 광고디자이너 등)로 꼽히던 3명이 뜻을 모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현재 공동대표인 박우덕· 문애란 사장과 김태영 고문이 그들이다. 웰콤은 지난해 1,750억원의 매출(취급고)을 올려 유수의 재벌계열 광고대행사들을 제치고 업계 6위를 차지했다. 재벌 계열이 아닌 독립 광고대행사로는 명실상부한 1위다. 더구나 1인당 매출액이 17억5,000만원으로 가장 높아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웰컴은 '크리에이티브(창의성)가 강한 회사'로 불린다. 흔히 영업이나 재무통이 대표를 맡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크리에이터 출신 창립멤버들이 사령탑을 맡고 있어 자연스럽게 영업보다는 크리에이티브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래서 웰콤에서는 아예 '영업'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대형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광고주 영입을 위해 발품을 팔 동안 웰콤의 직원들은 더 좋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좋은 광고를 만들면 광고주는 자연스레 찾아온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상품이나 브랜드의 런칭(출시) 캠페인 광고에 강한 것도 웰콤의 장점이다. KTF의 복고풍 광고인 '나'를 비롯해 르노삼성자동차의 '동의합니다' 캠페인 등 주목받은 런칭 광고가 한둘이 아니다. AE(기획자)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가 항상 한팀으로 움직이는 '셀(Cell)'은 웰콤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다.

웰콤은 국내 광고를 담당하는 웰콤과 외국계를 담당하는 퍼블리시스웰콤, 협력관계인 사치& 사치웰콤 등 3개 사업부로 이루어져 있다. 91년 65억원이던 매출은 99년 1,000억원대를 돌파했으며 올해 2,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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