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타인/장석남
바다엘 가네
꽃밭 다 비고
눈에 머금던 빛깔들
당긴 소매 끝에 마저 가시어
일어설 만하네
바다에
바다엘 가네
흰 돌 삶아 먹고사는 이 그려
서른 번도 세고
아흔 번도 세는
파도 소리
그래서는
빈 꽃밭의 꽃들
아주 다 풀어주리
바다에
바다엘 가네
아이는 글을 잘 읽어
처마 끝 하늘 청명하네
■시인의 말
겨울이어서 꽃밭은 바람의 절벽이 되고 말았지만 그것을 보고도 살아가야 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과연 좋은 것인가? 시에 나온 '돌을 삶아먹는 이'는 당(唐) 시인 위응물(韋應物)시를 인용한 것이다.
● 약력
1965년 인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젖은 눈'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등 김수영문학상, 대산창작기금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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