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시즌이 돌아왔다. 해마다 12월이면 세계 유명 발레단들이 앞다퉈 무대에 올려 '크리스마스 발레'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귀여운 소녀 클라라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이 꿈속에서 왕자로 변해 함께 과자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는 아기자기한 내용을 담고 있다.독일 낭만파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왕' 원작, 대본과 안무는 마리우스 프티파, 음악은 차이코프스키라는 당대 초호화 스태프로 제작된 이 발레는 189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초연 이후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고전발레의 명작이다.
올해도 한국 발레계의 양대 산맥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 발레단이 '호두까기 인형'으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국립발레단은 21∼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80―1300), 유니버설 발레단은 18∼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2204―1041)에서 공연한다. 해마다 하는데도 관객이 몰리는 이유는 안무의 다양함 때문. 원작인 프티파 버전 이외에 잘 알려진 개정판만 12개가 넘는다. 두 발레단은 서로 다른 판으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은 볼쇼이 발레단의 유리 그리가로비치판을 택했다. 국립발레단이 예술의전당으로 옮겨온 2000년부터 채택된 이 판은 무용수들에게 고난이도의 기교를 요구한다. 힘찬 도약과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시종 박진감있는 무대를 창출하는 안무가는 주연 뿐만 아니라 군무도 잠시도 쉬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원작의 클라라가 마리로 이름이 바뀌어 성인 무용수가 연기하며, 사색적이고 신비한 무대 분위기를 연출한다. 국립발레단은 10년째 호두까기 왕자 역을 맡고 있는 이원국(35)과 발레단의 스타 김주원(25)을 개막 무대에 내세웠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1934년 바실리 바이노넨이 만든 키로프 판을 택했다. 1966년에 만든 그리가로비치 판보다 아기자기하고 동화적인 면이 강하다. 1막 파티에서는 어린 클라라와 어린이들이, 1막 눈의 나라에서는 성인 클라라가 등장한다. 호두까기 인형이 생쥐와 싸워 이기는 장면에서는 무대 위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대형 트리로 변신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임혜경―황재원, 김세연―엄재용이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로 출연한다. 연인과 함께라면 볼쇼이 판이 아이들과 함께라면 키로프 판이 좋을 듯하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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