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8일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7대 정치개혁 방안'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판세 장악을 겨냥한 승부수의 성격이 강하다. 개혁 방안의 대부분이 자기 희생과 파격적 변화를 수반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이 후보는 대통령 임기 중에라도 개헌이 매듭되면 임기를 단축해 사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권력형 비리수사를 위한 특검제를 도입하고 자신과 일가의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천명했다. 세풍(稅風) 총풍(銃風) 안풍(安風) 등 자신과 측근이 연루된 의혹 사건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확언했다.
이 후보는 이어 소속 의원들의 반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의원의 장관직 겸임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원내 중심으로 정당을 개혁, 궁극적으로 중앙당과 지구당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회견 원고를 읽어 내려가던 중 즉석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전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약속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에게 선점 당한 듯한 '정치개혁' '새 정치'라는 '화두'를 되찾아 오려는 목적에서다. 그래서 취약층인 20·30대와 개혁 성향 표를 흡수, 대선 판도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한 후보특보는 "깨끗한 정치는 원래 이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였으나 5년간 정권과 맞서 싸우는 와중에 투사 이미지만 남았다"며 "제살을 깎아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각오로써 국민 설득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회견 직후의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기립박수로 이 후보의 결단을 뒷받침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27일 후보등록에 맞춰 이런 선언을 했다면 판세에 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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