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전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판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비롯된 반미감정고조와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의 선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등 양강 후보의 명암이 엇갈리는 제3세력 연대 등이 그것이다.■반미감정고조
반미 정서의 확산은 이번 대선 최대의 돌발변수다. 일단 20, 30대 젊은 층에 강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견해가 무성하나 한미관계 악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감안하면 안정심리의 반동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노 후보측은 "민감하고 미묘한 문제여서 예단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다. 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미동맹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를 만나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등 여론의 흐름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노 두 후보의 대응 방식이 중간 지점에서 수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아직 두 후보의 지지율 변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반미 정서의 진전 양상에 따라서는 이 후보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반미 정서의 폭발성이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경제악화 등을 우려한 중산층의 안정심리, 균형감각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영길 선전
1차 TV토론 후 민노당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 급등이 대선 승부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2%선에 머물렀던 권 후보의 지지율은 TV 토론 후 4%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는 게 각 당의 분석.
권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노무현 후보의 표를 잠식할 것이란 가설이 우세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 지지층에서도 적잖이 권 후보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불리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양강구도 연대 동향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민주당 지원유세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대행의 한나라당 지지선언 여부가 주목된다. 민주당은 정 대표가 선거공조를 행동으로 옮기면 단풍(單風)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 동안 정 대표가 뜸을 들여 조바심해 왔지만 조만간 노―정 공동유세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연대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은 자민련의 외곽 지원이 노·정 연대 효과를 차단하고 충청권 표심을 끌어 들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와 수도권과 젊은층의 지지 이탈을 부를 것이란 우려를 동시에 가져 왔다.
그러나 막상 자민련이 7일 이 후보와 선을 긋고 나서자 김종필 총재와 이인제 총재권한대행을 붙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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