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실에서 비서로 일하는 장모(26·여)씨는 얼마 전 눈 밑에 생긴 아토피성 피부염 때문에 결혼과 대인관계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장씨는 "처음에는 약과 연고로 가려움증과 붉은 반점들이 쉽게 없어져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지금은 눈 밑에 주름이 보일 정도로 피부가 쭈글쭈글하고 거무튀튀해졌다"고 말했다.장씨처럼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성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노영석 교수는 "성인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가 전체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 가운데 10∼20%나 될 정도로 최근 크게 늘었다"며 "환자가 늘어나면서 옥수수 수지로 만든 섬유(락트론) 등 증상을 완화하는 각종 약품 및 신소재가 개발될 정도"라고 말했다.
청소년기나 성인이 되어 갑자기 나타나는 아토피성 피부염은 어린이 아토피성 피부염과 마찬가지로 주로 팔꿈치와 오금, 발목, 목 뒤 등에 발생한다.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성인기에 이 피부염이 생기면 취직이나 결혼 등 사회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심각성이 더하다.
성인 아토피성 피부염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우선 환경오염으로 인해 농약 및 중금속에 오염된 공기나 음식물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외식문화가 확산되면서 각종 감미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은 문제. 또 지나친 스트레스도 성인 아토피성 피부염의 중요한 발병 원인이다.
하지만 치료법에 대해서는 확립된 정론이 아직 없어 환자들을 고민스럽게 한다.
한의학에서는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 섭취 증가를 성인 아토피성 피부염의 주범으로 꼽는다. 경희해동한의원 강용혁 원장은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과다하게 먹으면 체내에서 비정상적인 열(熱)이 너무 많이 생겨나 피부를 자극하는데, 이것이 바로 아토피성 피부염"이라고 말했다.
가령 우유는 태음인을 제외한 모든 체질에서 아토피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태양인과 소음인 중에는 우유섭취를 중단하면 아토피성 피부염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달걀은 소양인과 태양인에게 아토피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인스턴트 식품이나 청량음료, 방부제가 많은 음식을 장기 복용하는 것은 체질과 상관없이 아토피성 피부염을 촉발하고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면 피부과 의사들은 아토피성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실내온도를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고, 가습기 등을 이용해서 피부에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목욕시 뜨거운 물과 비누를 피하며, 때수건은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고 권한다. 물기를 대충 닦고 보습제를 듬뿍 발라 물기가 달아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피부과 의사들은 또 "간혹 달걀, 우유, 생선, 조개류, 땅콩 등을 피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인 근거는 없다"며 "오히려 음식을 가리느라 신경을 쓰다가 스트레스를 받아 병세가 악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성경제 교수는 "체질을 변화시킨다는 말에 현혹돼 값비싼 건강식품을 복용하거나 무리한 단식을 감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혀 학문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토피성 피부염은 유전적인 측면이 강하므로 가족 중에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아토피를 유발하는 음식을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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