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의 주둔군 지위협정(SOFA)은 일본과 독일 주둔 미군지위 협정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사법주권을 크게 침해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의 핵심 쟁점인 공무상 미군 범죄 판단 여부와 이에 따른 형사재판권 문제에서는 한국은 일본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불리한 위치에 있다.■형사재판권과 공무 여부 판단
한국과 일본의 SOFA는 미군끼리의 범죄, 공무 중 범죄에 대해서는 미군이 재판권을 행사토록 규정했다. 하지만 한국 SOFA에서는 미군이 전적으로 공무상 범죄 여부를 판단하지만 일본의 SOFA의 경우 일본의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
한미 SOFA에 따르면 한국 검찰이 미군당국의 공무 중 범죄 여부에 대한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미군측 결정 30일 이후에는 자동적으로 미군측 주장을 수용하도록 돼 있다. 반면 일본 SOFA는 이같은 조항을 두지 않고 있으며, 미일 SOFA 합동위 추가 협의, 일본 사법당국의 개입 등이 보장된다. 이같은 규정으로 인해 한국은 여중생들을 숨지게 한 미 장갑차 운전병들의 재판권에 대해 이의 제기도 못했다.
■미군 피의자 신병 인도
일본의 경우 일본 정부가 재판권을 갖는 미군 피의자의 신병을 기소와 함께 넘겨받지만 우리의 경우 살인, 강간 등 12개 주요 범죄 피의자에 대해서만 기소 시 신병을 인도받는다. 나머지의 경우에는 재판 종결 후 신병을 넘겨받는다. 특히 일본은 최근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군 소령의 성폭행 미수 사건에서처럼 미군측에 기소 전 피의자 신병 인도를 요구할 권리까지 갖고 있다.
독일의 경우 미군 피의자의 신병 인도 시점은 재판 종결 후이다. 하지만 유럽 주둔 미군의 경우 사법체계, 사고방식 등이 주둔국과 유사해 재판권 마찰이 적다.
■적용 범위 및 환경 문제
한미 SOFA는 미군, 군속 및 그 가족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기타 친척까지 SOFA적용 범위에 포함시키나 일본은 친척을 제외하면서 자국 재판권 행사 범위를 넓혔다. 환경 분야의 경우 독일 SOFA가 본문에 미군의 독일 법령준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부속합의서에 환경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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