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전이 종반으로 향하고 있는 현재, 뚜렷해진 현상이 하나 있다. 바로 대중집회 방식이 급격히 퇴조하고 대신 미디어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아직 폭로와 비방, 흑색선전, 선심성 공약 남발 등이 난무하고 있어서 유권자를 실망시키고 있지만, 미디어 중심으로 선거운동의 축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정치발전의 방향에 부합하는 일이다.전통적으로 우리의 선거문화는 정당 또는 후보자 연설회의 형식을 빌린, 대규모 군중동원 집회가 주축이었다. 누가 더 많은 청중을 모았는가 하는 것으로 세를 과시하고 대세를 장악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청중동원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고, 이로 인해 고비용 선거운동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돈 선거'를 막기 위해서는 미디어 중심의 선거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항상 정치개혁의 과제가 되어 왔다.
실제로 지난 14대 선거에서 후보자별 평균 379회, 15대 선거에서 평균 49회의 연설회가 열렸던 데 비해 이번의 경우 아직 1∼2회에 불과하다. 그나마 청중수도 평균 600명 정도라 하니 정말 달라져도 크게 달라졌다. 반면 14대 선거에서는 한번도 열리지 못했던 TV 토론회가 15대에서는 38회, 이번에는 지난 6일까지 87회가 열렸다고 한다.
하지만 미디어 중심의 선거문화가 더욱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미디어를 통해 등장하는 후보자 또는 찬조연설자에 대한 언어폭력의 문제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차별적인 전화공세를 하는 것은 분명 없어져야 할 일이다. 나아가 사이버 공간이 선거운동의 새로운 장(場)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이를 통한 터무니없는 인신공격도 미디어 선거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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