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월7일 한 청년이 커다란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넜다. 그의 꿈은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국내 프로무대의 구애를 뿌리치고 험난한 마이너리거의 길을 선택한 이 청년은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단 한번도 고국 땅을 밟지않을 만큼 모질게 야구에만 매달렸다.
3년 넘게 인고의 세월이 흐른 9월4일, 그는 마침내 타자로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으며 자신의 꿈을 이뤘다.
그가 돌아왔다. 그의 이름은 최희섭(23·시카고 컵스).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는 누구도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지만, 당당히 시카고 컵스가 꼽는 차세대 거포가 돼서 돌아왔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6일 오후 5시40분 인천공항을 통해 3년 8개월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최희섭은 "내년 시즌 목표는 신인왕"이라며 또 다른 꿈을 키우고 있음을 드러냈다.
LA 다저스 출신의 베테랑 1루수 에릭 캐로스의 영입으로 불붙은 내년 시즌 주전 경쟁에 대해서도 "누가 오고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주전 경쟁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최희섭은 애리조나 풀리그가 끝난 직후 "올 겨울에도 캠프에서 연습을 계속할 것"이라며 귀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3년 넘게 얼굴을 보지 못한 가족들이 간절하게 귀국을 호소했고 결국 한달간 고국에 머물며 못다한 가족의 정을 나누기로 했다. 이 기간에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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