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분 매각에 반대하는 조흥은행 노조원이 빼돌렸던 실사자료를 반환하는 과정에서 은행 임원을 폭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 임원은 어금니가 흔들리고 입술이 찢어지는 등 심한 부상을 입고 정신까지 잃어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한다.노조 관계자는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이라며 "노조가 잘못한 일이며 관련 부분에 대해선 공개 사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폭행 사실이 전해지면서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물론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아버지뻘의 임원을 어떻게 때릴 수 있느냐"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많았다.
반면 "은행장이라도 맞을 행동을 하면 맞아야 한다" "노조가 미쳐서 은행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오죽했으면 사람을 때렸을까" "지금은 전시(戰時) 상황이고, 전시엔 임원도 없다" 등 폭력을 정당화하는 의견도 빗발쳤다.
노조가 은행 매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는 있다. 논리와 설득으로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노조의 노력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상식과 도를 넘어선 폭행, 의견이 다른 상사를 때리는 것이 애사심이라 착각하는 노조원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105년 역사를 가진 조흥은행, 그 어떤 조직보다도 단단한 응집력을 지녔던 국내 대표 은행이 점점 균열되고 상호 불신, 자중지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조흥은행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정부나 이를 인수하려는 입찰자가 아니라 심각한 내부 갈등이다. 불신에 멍든 조직은, 매각이 되든 독자생존을 하든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감정에 휩싸인 일부 노조원의 행동에 대다수 직원들은 물론 고객, 국민들도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대희 경제부 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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