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브라이언 지음·김승욱 옮김 작가정신 발행·3만원현대 저널리즘의 또 다른 이름. 정론 지향이라는 언론의 공적 목표와 이윤 추구라는 사적 목표를 탁월하게 조화시켜낸 언론인, 조셉 퓰리처(1849∼1911).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니스 브라이언이 2001년에 펴낸 '퓰리처'는 현대 저널리즘의 문을 연 전설적인 '신문왕' 조셉 퓰리처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이다.
퓰리처의 개인 서신과 인터뷰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발굴하고, 풍부하고 자세한 일화들을 포함한 방대한 분량으로 그의 인간적인 진면목을 밝혀내고 있다. 헝가리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가 우연한 기회에 기자로 발탁된 후 타고난 능력과 열정으로 결국에는 미국 최고의 신문인 '뉴욕 월드'를 소유해 언론권력의 정점에 올라서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라이벌인 허스트의 '뉴욕 저널'과 벌인 치열한 판매부수 경쟁, 자유의 여신상 건립을 주도한 일화, 루스벨트 대통령과의 정면 대결 등 퓰리처의 언론관과 개인적 성품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사건들이 망라됐다.
퓰리처가 얻은 성공의 일차적 비결은 '전투적 저널리즘'이라는 혹독한 신념이었다. "신문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르치는 도덕 교사"라며 스스로를 사회개혁가로 믿었던 그는 평생에 걸쳐 부패와의 전쟁을 벌였다. 타락한 국가권력, 정치인, 로비스트, 악덕 기업인들의 온갖 공격에 맞서 부패 추방 캠페인을 벌였고, 파나마 운하 건설과정에서 독직 사건을 감추려는 루스벨트 대통령에 맞서 구속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언론의 자유를 지켜냈다. 영국과의 대치 상황에서는 전쟁 불사를 외치는 다수 언론과 달리 끝까지 평화를 주장하여 전쟁을 막기도 했다.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퓰리처상은 저널리즘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확고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퓰리처는 또한 1890년대에 이미 대중 언론의 길을 열었다. 활자 위주의 신문에 만평과 사진을 활용하고, 스포츠 기사를 본격적으로 다루었으며, 흥미 중심의 일요판 신문을 창간하는 등 현대적인 대중 언론의 형태를 창조했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라면 어떤 스캔들도 마다하지 않았다. '황색 언론'이란 용어는 퓰리처와 허스트의 선정성 경쟁에서 유래한 용어다.
그러나 퓰리처는 이에 개의치 않았다. 그는 신문은 대중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형태의 선정주의를 피해야 한다. 시시한 범죄를 가져다가 지면에서 크게 키워서는 안 된다. 신문에 대서특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정적인 기사는 최대한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나 기사를 꾸며내는 것은 절대 안 된다." 부패와 비리에 대한 폭로 기사와 가십, 유머, 오락 등에 대한 기사가 혼재된 '뉴욕 월드'는 늘 선정성 시비에 시달렸지만, 진실에 대한 퓰리처의 일관된 의지가 결국에는 그러한 논란들을 불식시켰다.
대선 정국에 진흙탕 같은 폭로전이 펼쳐지고 있는 지금의 한국에서, '진실된 선정성'이라는 모순된 길을 훌륭하게 걸어갔던 조셉 퓰리처의 고민과 신념은 대중 언론의 진정한 존재 이유와 사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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