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선양(瀋陽)대학의 초청을 받아 이 학교 공과대학 연구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연구실의 시설과 공간과 규모도 놀라웠지만, 연구실 입구에 걸어놓은 몇 장의 사진에 더욱 놀랐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이 곳을 두 번이나 방문해 연구팀을 격려하고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는 장면이었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중국공산당 상무위원 24명 가운데 80%가 이공계 출신이다. 더욱이 서열 1위부터 9위까지가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이보다 앞서 칭화(淸華)대와 베이징(北京)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칭화대는 이공계 중심 대학인데 학생들의 입학시험 성적에서 베이징대 보다 오히려 앞선다고 했다. 칭화대 캠퍼스 안에는 수십 개의 기업과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기업과 공장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현장인 동시에 대학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이것이 오늘의 중국이다. 중국의 변화는 놀랍고 흥미롭다.
우리 나라는 어떤가. 근래에 '이공계 기피'이라는 말이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그러나 이공계 기피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고, 또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이공계를 활성화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이보다는 고소득이 보장되는 '비(非)이공계 분야에 대한 선호 현상'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고 바를 것 같다.
비이공계 선호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학교 졸업 후 얻는 소득의 불균형 때문이다. 왜 이과 학생들이 의학 분야를 선호하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고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현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어렵고 힘든 일에 열성을 기울이고 보람을 느끼는 정도가 낮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첫째,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일이다. 현재 이공계 출신은 다양한 진출분야가 있으며 일이 변화가 있고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알려야 한다. 둘째, 이공계 출신이 사회에서 존중을 받고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셋째, 우리 대학이 할 일은 없는가. 우리는 현재 매년 30만명 이상의 유학생을 내보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원래 고득점자가 아니었던 학생들도 고급 인력으로 바뀌어서 외국에서 활약하거나 국내로 돌아오고 있지 않는가. 그 동안 혹시 1등 학생을 받아서 2등 학생으로 배출하지는 않은 것인지, 2등 학생을 받아서 1등 학생으로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만들 수는 없는 것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 이공계 분야의 지원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아직도 매년 20여만명이 이공계를 지원하고 있지 않는가.
다음으로,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여 양성하고 이를 우리 대학과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야 한다. 이제 우리는 1등 기업만이 살아 남고 1등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유학을 보내 외국에서 배워온 기술만으로 1등을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앞선 기술로 외국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여 교육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를 켜니 터키 출신의 유학생이 국내의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기업에 취업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었다. 터키 유학생은 "한국은 정감이 넘치고 매우 매력적인 나라"라고 유창한 한국어로 얘기하고 있었다. 우리 나라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인가. 그가 자국의 양육비와 교육비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대학부터 자비로 한국에 와서 공부한 뒤 국내의 고급인력으로 일하니 말이다. 이는 고급인력을 유치하는 효과와 함께 우리 대학의 수준을 여러 단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의 경우처럼 언어 프로그램, 입학기준 및 절차, 비자 문제, 자격시험 등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이공계 분야부터 바로 시행하여야 한다.
김 윤 호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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