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중 도입 예정이었던 서울시 지하철 급행열차운행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도입이 사실상 힘들거나 장기간 늦춰질 전망이다.서울시는 5일 "다양한 패턴의 급행열차 운행시스템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토한 결과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었다"며 "지금처럼 열차 대기시간(2분30초∼6분)이 짧고 추월 대피선이 없는 상황에서 급행열차를 도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는 "추월 대피선이 필요없는 격역정차방식의 급행열차 운행도 검토해 보았지만 시간 단축효과가 거의 없었다"며 "급행열차 도입은 장기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하철 급행열차제도는 시 전체 교통시스템을 대중교통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그동안 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프로젝트. 내년 3∼7월중 3호선과 일산선에 우선 도입한다는 것이 시의 생각이었다.
이명박(李明博) 시장은 지난달말 시의회 시정연설에서 "내년에 3호선에 격역정차방식에 의한 급행열차를 운행하고 단계적으로 전 노선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의 열차운행시스템과 부족한 시설이 시의 급행열차운행계획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는 9월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 최적의 급행열차 운행패턴을 일산선에 적용해 시뮬레이션 운영을 해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 시는 당초 대화역-종로3가역간 운행시간(평균 50분)을 12분 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열차를 놓쳤을 경우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노출됐다. 예를 들어 정발산역에서 승차해 구파발역에서 내려야 하는 승객은 B패턴의 열차를 타야하는데 이 열차를 놓칠 경우 출퇴근시간에 최대 9분까지 기다려야 한다.
가장 어려운 점은 대피선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 열차추월이 가능해야 다양한 패턴의 급행열차 운행이 가능하지만 현재 지하철 전 호선에서 대피선은 5호선 청담역에 유일하게 설치돼 있는 상황이다. 비운행시간에 열차를 정차하는 공간인 지하철역 유치선을 대피선으로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시설보완을 해야하는데다 유치선이 있는 역이 각 호선마다 2∼6개 역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시 관계자는 "급행열차 운행이 한계가 있는 만큼 소음과 진동 때문에 속도가 줄어드는 구간의 시설을 개선하고 역정차시간을 상황에 맞게 운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열차속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