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항공사인 미국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이 정부의 대출 보증 불허 여파로 내주 초 파산보호 신청이 확실해지면서 미 항공업계가 전면 재편의 기로에 섰다.■세계 2위 항공사 결국 파산으로
자산 규모 242억 달러의 UA는 지난해 9·11 테러의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파산 임박 소식이 전해진 5일 4,500만 주가 대량 투매되면서 주가가 70% 가까이 폭락, 주당 1달러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거래도 일시 정지됐다. 정부의 18억 달러 대출 보증 거부 직후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이 회사의 채무등급을 지급불능(디폴트) 등급인 D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미 항공수송안정위원회는 성명에서 "UA가 제출한 경영 회생방안이 재정적으로 불건전한 것으로 판단돼 대출 보증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산 보호 신청 후 "새롭게 경영 회생 방안을 제출한다면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경우에도 8만1,000명에 이르는 직원의 대대적인 감축과 보유 항공기 감축, 운항 규모 축소 등은 불가피하다.
■독감 헤어나지 못하는 美 항공업계
문제는 경영 위기가 UA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항공산업은 대규모 투자와 고정 비용 과다로 수익 창출이 어려운데다 경쟁마저 치열해 적자 위기가 상존한다. 게다가 경기 침체와 테러 충격까지 겹쳐 아메리칸 에어라인(AA), 델타, 콘티넨털 등 굴지의 미국 항공사들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수익의 70%를 채무 상환에 쏟아붓는 형편이다.
UA는 올해 25억 달러, 미 항공업계 전체는 올해 80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돼 적자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UA만큼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한 대형 항공사는 아직 없지만 비용 절감과 고객 유치를 위한 항공료 할인 전략 등으로 사업 운영을 전환하지 않으면 어디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UA 파산으로 이용자들이 경쟁사로 발길을 돌리면 수익 개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뿐이다.
■할인 항공사들은 승승장구
반면 저가 전략을 앞세운 '할인 항공사'들은 알짜배기 경영으로 주목 받고 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아일랜드의 라이언 에어, 영국의 이지 제트 등은 소형 항공기로 단거리 중심 노선에 취항하고 운항 횟수를 극대화하는가 하면 기내 식음료 서비스를 줄여 일반 항공사의 3분의 1도 안 되는 저가 요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우량 항공사의 대명사가 된 사우스웨스트는 10년 뒤에는 AA를 제치고 미국 최대 항공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라이언은 지난해 매출 대비 수익률이 25%에 육박했다. 브리티시 에어웨이 할인 사업 부문에서 자회사로 7월 독립한 이지 제트는 최근 에어버스 120대 구입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에 따라 델타 같은 대형 항공사들까지 할인 사업을 위한 독립 회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사업 전략을 바꾸는 형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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