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경찰이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 해병대 소령에 대해 강간미수 혐의로 체포장을 발부했다.경찰청으로부터 체포장 발부를 통보받은 외무성은 즉각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장관 명의로 "극히 유감"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어 차관, 국장급이 나서 주일 미대사관과 주일 미군사령부에 수사에의 전면 협조, 미군 기강 확립,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다.
4일 오전에는 미일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가 열려 일본측이 기소 전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미군측은 "일본측의 견해를 충분히 고려하겠다"며 수사협조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의 신병 인도에 대한 응답을 약속했다.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이날 낮 "수사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신병인도를 요구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신병 인도에 미군이 가능한 협력키로 한 1995년의 미일 합의를 언급하며 관심을 표명했다. 이날 오후 오키나와 주둔 미군사령관인 월러스 그렉슨 중장은 오키나와현 청사를 방문해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체포장이 발부된 소령은 비슷한 시간에 오키나와 경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고 부대로 돌아갔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일본 국민이 아닌 필리핀 여성이다. 게다가 강간미수 사건인데다 소령은 혐의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대응은 신속하고 적극적이었으며, 미군측도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둘 다 한국의 경우를 의식했을지도 모른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도 초기부터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시하고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요구했다면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과도한 반미 움직임은 한미 동맹관계와 안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걱정부터 앞세우는 정부의 태도가 주한미군의 무신경증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반미 감정에 불을 당긴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미친다.
신윤석 도쿄 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