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통령선거전이 6일로 10일째를 맞아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각 후보 진영은 초반전의 판세를 면밀히 분석, 강점은 더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등 중반 전략 짜기에 부심하고 있다. 막판 대세 형성의 길목인 중반전의 주요 변수로는 부산·경남(PK)과 충청 지역의 표심 흐름, 20대·40대의 움직임, 노(盧)·정(鄭)공조 모양, TV토론, 네거티브 공방 등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승부처 부산·충청
부산과 충청은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다. 그 동안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절대 우세를 보였던 부산은 민주당이 이 지역 출신인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내세우면서 전통적인 지역 구도가 흔들리는 조짐이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 왔던 충청권은 자민련이 사실상 와해되면서 표심이 어느 한쪽으로 모아지지 않는 상태다.
부산은 노무현 바람의 지속 여부가 선거 중반의 최고 관심사다. 한나라당은 후보 단일화 이후 거세게 불었던 노풍이 한풀 꺾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이 지역에서 두 차례 바닥을 훑은 것이 주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노풍이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산의 경우 선거 중반 이후부터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DJ 양자에게 정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노무현이 당선되면 호남 정권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이라는 민주당의 선전 가운데 어느 쪽으로 부산 민심이 기울지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충청권의 판세는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의원,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움직임이 적잖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충청권은 전국에서 부동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이 의원과 자민련이 한나라당 지지 의사를 밝히면 부동층의 상당수를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충청권에서 높은 인기를 끈 정 대표가 노 후보의 유세에 합류하면 우세를 굳힐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2. 20·40代 움직임
판세가 팽팽한 양자대결구도로 짜이면서 20대 투표율이 승패에 미칠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급부상한 반미 문제가 20대의 투표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지난 달 26일 한국일보의 여론조사에서 20대는 56.2%가 '반드시 투표하겠다', 31.4%는 '웬만하면 투표할 것'이라고 답변해 모두 87.6%가 투표 의향을 밝혔다. 이는 전체 연령층 중 가장 낮은 수치이지만 5.5 대 2.5의 비율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앞질러 20대 투표율이 높으면 노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40대 표심의 향배도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 요인이다. 전체 유권자의 약 22%를 차지, 20(24%)·30대(25%)보다는 수가 적지만 투표율은 이들보다 훨씬 높기 때문. 6·13 지방선거에서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각각 31.2%와 39.3%에 그쳤지만 40대는 56.2%나 됐다.
현재 40대 표심은 이―노간에 팽팽한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단일화 이후 노 후보가 미세하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40대는 안정과 개혁을 동시에 지향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이, 노 후보 누구에게도 선뜻 절대적인 우위를 주지 않고 중간지대에 자리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어느 쪽이 40대의 까다로운 기호에 어필하는 전략을 짜내느냐가 승부의 주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3. 盧·鄭 유세공조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간 선거공조가 어떤 형태로 가시화하느냐가 중반 이후 중대변수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노 후보는 4일 인천유세에서 공동 국정운영안을 제의했고 통합21도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 막바지 정책조율이 진행되고 있다. 정 대표도 5일 "정책조율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노 후보를 만날 것"이라고 말해 이르면 주말부터 공동유세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 대표측 자원봉사자 모임인 'MJ사랑연대'도 5일 노 후보 지지와 선거지원을 선언했다.
노·정 유세공조가 본격화하면 부산·경남·울산(PK) 지역과 충청권 등에서 바람이 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정 대표의 가세로 PK지역에서 40%대 득표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이미 노 후보 지지율에 반영됐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자민련의 지지를 바탕으로 충청권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노정 공조 바람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4. TV토론
3일 저녁의 대통령후보 첫 합동TV토론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을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뚜렷한 우열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조사기관의 공통된 견해다. 또 TV토론 결과 한 후보의 지지율 상승과 상대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나타나긴 했으나 그 폭이 워낙 작았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시각은 다르다. 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바꿨거나, 비로소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는 유권자가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동층 상당수가 TV토론에 영향을 받았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았다.
양당의 TV토론 대책팀은 한결같이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부동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들의 표심을 잡는 데는 앞으로 남은 TV토론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성욱기자
5. 네거티브 공방
양당은 현재 사생결단식으로 네거티브 공세에 매달리고 있지만 정작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부각하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긍정론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로 폭로한 쪽의 이미지만 흐려졌다는 부정론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두 차례에 걸쳐 폭로한 '도청 자료'만 해도 민주당의 조작된 괴문서라는 반박과 맞물려 표심에는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4, 5일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별 영향이 없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유권자의 반응과 무관하게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각 진영의 기대 심리는 여전해 종반으로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 최근 판세 분석
3일 첫 TV 합동토론회 직후의 점검 결과 16대 대선 중반전 판세는 초반전 양상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후보 진영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따르면 5일 현재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단순지지도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앞선 초반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령별 투표율 등을 감안한 판별 분석 결과 두 후보의 격차가 줄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양상도 비슷하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 직전에는 단일화 바람이 잦아 들면서 두 후보의 지지도 간극이 좁혀지던 추세였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선거전이 시작된 뒤 단일화 효과가 일정한 수준에서 지속되면서 지지도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노 후보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강원과 충청, PK(부산·경남)지역에서는 며칠 사이 지지도 추세가 다르게 나타나는 등 굴곡이 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충청지역은 수치상으로는 노 후보가 앞서고 있으나 전화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층이 많아 표심의 흐름 파악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가능성 예측에서는 여전히 이 후보가 노 후보를 앞서고 있으나 그 격차는 초반에 비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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