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비즈니스맨의 정장이라 해서 '석세스 블루(success blue)'로 일컬어지는 감색 양복, 연한 파스텔 색상 셔츠에 사선무늬 넥타이. 3일 열린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 등 세 대선후보의 TV토론회 차림은 사전 약속이나 한 듯 같았다. 그러나 이 옷차림을 통해 세 후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는 '이회창= 부드러움', '노무현= 안정감, '권영길= 참신함' 등 크게 달랐다. 한국일보와 국내 신사복 명장들의 모임인 한국맞춤양복기술협의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대선주자 스타일 분석'에 따르면 세 후보의 의상을 통한 이미지 메이킹 전략은 평균 90점을 상회할 정도로 상당한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이 / 허리선 들어간 투버튼 '세련' 평가
이중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스타일이 가장 세련된 것으로 평가됐다. 맞춤복을 주로 입는데 허리선이 살짝 들어간 클래식한 잉글랜드 스타일의 투버튼 싱글정장이 기본 착장. 주로 감색 정장을 입지만 가끔은 진회색 정장을 착용해 변화를 주기도 하고 재킷 소매 아래로 드레스 셔츠 소매가 살짝 드러나도록 소매길이를 잘 맞춰 매우 격식있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드레스 셔츠는 파스텔 계열에 레귤라 칼라 보다 깃이 약간 더 벌어진 세미-와이드스프레드 칼라 셔츠를 이용, 비교적 짧은 목과 뾰족한 턱 선을 완화시켜 부드러운 느낌을 주도록 했다. 넥타이는 사선 무늬를 즐겨하는데 사선무늬는 작은 키를 커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넥타이 매듭부분은 딤플(보조개) 모양으로 들어가게 강조해서 세련미와 더불어 다소 큰 얼굴을 커버해준다.
■노 / 기성양복 즐겨 '서민이미지' 심기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과격 혹은 급진적 색채를 씻고 안정적이고 온건한 이미지를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자연 옷차림도 너무 세련되거나 중후하지 않으면서 서민적 풍모를 풍기는 데 역점을 둔다. 평소 부산이 본거지인 P브랜드의 기성양복을 주로 입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드레스 셔츠는 흰색보다 연한 하늘색을 주로 이용해 산뜻한 느낌을 준다.
넥타이는 주목효과가 높은 자주색 계통을 자주 매지만 청색과 회색도 즐기는 편이다. 재킷 소매 길이가 다소 긴듯한 것은 흠. 다만 타 후보와 달리 브라운 계통의 체크무늬 세퍼레이트 재킷이나 빨간색 점퍼를 입는 등 격식에서 벗어난 스타일도 무난하게 소화하는 저력이 돋보인다. 역시 사선무늬 넥타이를 애용, 신뢰감과 활력을 강조한다.
■권 / 체격좋아 정장·점퍼 무난히 소화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큰 키에 날렵한 체격을 갖추고 있어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옷발이 잘 받지만 옷차림은 서민적이고 무난한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역시 투버튼 싱글의 감색 정장을 주로 입는데 재킷 소매길이가 다소 길어 약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상을 준다. 넥타이는 사선무늬에 드레스 셔츠는 레귤러 칼라 셔츠를 애용하며 점퍼 차림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근면하고 성실한 이미지. 그동안 밤색 뿔테 안경이 지나치게 운동권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최근 다소 엷은 갈색 뿔테로 바뀌어 한결 세련되어졌다는 평을 받았다.
세 대선 후보들의 스타일 분석을 총괄지휘한 한국맞춤양복기술협회 김노호 사무총장은 "세 후보 모두 의상연출에 대단히 신경을 쓰고있음을 이번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다만 세부적인 연출에는 세 후보 모두 다소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에게는 젊은 이미지를 위해 연청색 등 화사한 칼라를 많이 사용할 것을, 노 후보에게는 정장차림이 좀 더 몸에 착 맞아떨어져 세련미를 살리도록 품을 조정해 입을 것을 권했다. 또 권 후보는 넥타이가 종종 비뚤어져 있어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것과 세련미를 위해 안경테를 금속테로 바꿀 것 등을 권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코디네이터가 말하는 세 후보 연출법
염색 꾸준히, 마른얼굴 커버
김진경씨/이회창 후보
법관출신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부드럽고 후덕하게 처리하는 게 관건.
97년 대선때는 스카이블루 계통을 많이 썼는데 이번에는 밝은 분홍색 계열의 셔츠를 입고 넥타이도 보라색 팥죽색 자주색 분홍색 등 난(暖)색 계열을 많이 사용해 온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 본인도 분홍색 계통을 좋아한다.
굳이 젊어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검은 머리가 좀 더 활력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염색은 꾸준히 하고 있다. 키가 작은 편이라 키높이 구두를 신는다. 체격은 겉보기와 달리 단단한 편.
피부는 말끔하지만 얼굴이 말라보이는 게 흠. TV토론회나 사진촬영을 할 때에는 볼에 주름이 패어 보이지 않도록 특별히 조명을 부드럽게 넣어 커버한다.
주름을 푸근함으로 역이용
박천숙씨/노무현 후보
'너무 세련되거나 너무 촌스럽지 않게'가 모토. 키는 크지 않지만 어깨가 넓은 당당한 체격이라 양복 태가 잘 살아나는 편이다. 딱딱한 옷을 싫어해서 어깨선이 부드럽게 처리된 옷을 준비한다. 기성복을 입는데 키에 비해 사이즈를 크게 입기 때문에 팔 길이를 좀 줄이는 정도로 수선한다.
50대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한 피부를 유지해 TV토론회 때도 번들거리지않게 약하게 파운데이션만 바른다. 얼굴의 주름살이 문제인데 없앨 수도 없고 요즘은 오히려 주름살을 장점으로 생각해, 웃으면 하회탈 처럼 푸근해지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새치머리라 평소 단골 이발소에서 염색을 하고있으며 발가락 양말을 신는다. 신발은 밑창이 부드러운 '바이오소프' 브랜드로 검정색만 세 켤레를 갖고 번갈아 신는다.
강한 느낌을 안경테로 완화
윤혜미씨/권영길 후보
권 후보는 언론인 시절 파리특파원 생활을 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힌 패션감각이 있는 데다 신체조건도 좋다.
다만 운동권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검정 뿔테 안경을 얼마전 반무테 안경으로 바꿨다가 최근 다시 테가 얇고 엷은 갈색 뿔테로 바꿨다. 얼굴이 좀 긴 편이라 안경을 이용해 가로선을 한번 그어준다.
TV토론회를 위해 기성 정치인에게서 볼 수 없는 참신함을 강조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양복은 '갤럭시' '캠브리지 멤버스' 등 내셔널브랜드에서 협찬받고 셔츠는 맞춰 입는다. 목이 긴 데다 주름이 있어서 목깃을 살짝 올려 재단한 셔츠가 필요하기 때문.
눈꼬리와 눈썹이 약간 처져있어 눈썹연필로 약간씩 치켜올려 그려준다.
/이성희기자
■세 후보 V존 제안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이다. 대선 후보들은 말하고 행동하고 보이는 것에서 좋은 이미지를 주기위해 다양한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남성 복장에서 상대방 눈 다음으로 시선이 머무르는 곳은 바로 슈트상의 브이 존(V-zone). 따라서 대선 후보들의 넥타이를 중심으로 한 브이 존 이미지 전략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현재 세 명의 주요 대선 후보들은 일관성 없이 다양한 넥타이를 매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이미지의 혼동을 가져오고있다. 국회의원들이 이당저당 당적을 옮기듯이 넥타이 역시 아이덴티티가 없이 다양한 칼라와 패턴이 혼재하고 있어서 후보들의 넥타이 캐릭터가 부여되고 있지 않다.
이회창 후보의 넥타이를 통해서 받는 이미지는 강직하고 고집스러운 이미지를 배제한 온유하고 사교적인 이미지이지만 이는 넥타이 자체의 느낌일 뿐 후보 자신에게 맞는 넥타이 아이덴티티를 아직 찾지는 못한 느낌이다. 노무현 후보 역시 다양한 칼라톤을 사용하는 바람에 넥타이를 통한 이미지의 정체성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또 권영길 후보는 현재 스트라이프 패턴 위주로 신뢰감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하고있지만 역시 다양한 칼라톤의 사용으로 이미지의 통일성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세 후보의 이미지 통일성 확보를 위해 제안하고 싶은 이미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 후보는 현재의 온유하고 배려하는 이미지 강화를 위해 짙은 그레이 슈트, 화이트 셔츠에 기하학적 무늬의 올오버 패턴이 들어간 중명도와 고채도의 레드 계열 넥타이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이의 노트나 폭이 너무 넓은 것은 체형을 왜소해 보이게 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넥타이 폭을 고른다.
노 후보는 과거 투사의 이미지에서 최근 부드러운 이미지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룩했다. 넥타이에서는 이러한 온유성 전략에 주목성을 더하면서 무게감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짙은 그레이나 브라운 슈트에 저명도 중채도의 와인색 계열 넥타이로 솔리드나 스트라이프 패턴이 좋다.
권 후보는 현재의 신뢰감 전략을 더욱 강화하도록 슈트와 셔츠, 타이에 강한 대비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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