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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선생 옛집 "시민문화재" 1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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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선생 옛집 "시민문화재" 1호로

입력
2002.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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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로 잘 알려진 미술사학자 혜곡(兮谷) 최순우(崔淳雨·1916∼1984) 선생의 옛 집이 '시민문화재 1호'로 거듭난다.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운동(대표 김상원)은 5일 "시민 모금 등으로 혜곡 선생이 말년을 보낸 서울 성북구 성북2동 집을 사들였다"면서 "수리·복원을 거쳐 내년 6월 전시 공간을 갖춘 기념관을 개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집은 혜곡 선생이 작고한 뒤 외딸이 관리해왔으나 최근 이 일대에 다세대주택 짓기 바람이 불면서 헐릴 위기에 놓였었다.

시민 모금과 기증 등을 통해 훼손 위기에 처한 문화·자연 유산을 보존하는 내셔널트러스트운동(NT)은 1895년 영국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확산됐다.

2000년 1월 출범한 한국 NT는 그동안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매입 등 자연유산 보호에 힘써오다 올 1월 문화유산특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문화유산에도 눈을 돌려 이번에 첫 결실을 맺게 됐다. 매입비는 혜곡의 전집을 출간한 학고재의 우찬규 대표 등이 낸 기부금과 시민 성금으로 충당했다.

개성에서 난 혜곡은 1943년 개성부립박물관에서 근무하다 광복 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미술과장 관장 등을 지내며 한국 미술사 연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무량수전…'을 비롯해 우리 산천과 옛 선인들이 남긴 문화유산에 숨겨진 한국의 미(美)를 유려한 문체로 소개한 그의 수많은 저작은 지금도 후학과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혜곡이 1976년 사들여 작고할 때까지 살았던 성북동 집은 1920년대 지어진 전통 한옥으로, 조선 말기 선비 집의 운치가 그대로 남아있다. 120여평 대지에 '꼟'자형 본채와 '꼢'자형 사랑채·행랑채가 마주보고 있으며, 소나무 산수유 등이 심어진 뒤뜰이 특히 아름답다.

'매심사(梅心舍·본채)' '매죽수선재(梅竹水仙齋·서재)' '오수당(午睡堂·안방)' 등 추사 김정희와 단원 김홍도의 글씨로 새겨 곳곳에 건 현판에서도 선비의 멋이 느껴진다. 서재에는 혜곡이 직접 쓴 '두문즉시심산(杜門是深山·문을 닫아걸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란 현판을 걸어놓았는데, 일상의 번잡함을 잊고 집필에 몰두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날 NT 관계자들과 함께 성북동 집을 찾은 지건길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선생님께서 70년대 말 강진 도요지 발굴 때 잡은 두꺼비 한 마리를 뒤뜰에 풀어놓았던 기억이 새롭다"면서 옛 스승의 자취를 추억했다.

그는 "올 여름 이 집이 팔릴 지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깝게만 여겼는데 시민의 힘으로 되살리게 돼 기쁘고 한편으로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김홍남 NT 문화유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화여대 교수)은 "고택을 수리·복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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