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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국립극단 "줄리어스 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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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국립극단 "줄리어스 시저"

입력
200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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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이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연출 정일성)를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국립극단 사상 최대 제작비(2억 2,000만원)를 들였다. 워낙 대작이라 엄두를 내기 힘든 탓에 그동안 국내 전막공연은 1954년 신협(국립극단 전신)이 유일했다.48년 만의 전막공연으로 관심을 끈 이번 공연은 유감스럽게도 국립극단의 역부족을 실감케 했다. 연출은 지금이 2002년임을 의심할 만큼 진부하고, 배우들의 대사 처리는 억양이나 감정표현에서 아예 신파조다. 줄리어스 시저의 살해, 브루투스와 카시우스의 자살 등 죽는 장면에는 붉은 '푸줏간 조명'이 쓰이고, 불온한 날씨를 표현하거나 시저의 유령이 나타날 때는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깔린다. 공식처럼 반복되는 이런 기법은 구태의연하다.

이 작품은 본래 아기자기한 맛이라곤 전혀 없는 토론 웅변 논쟁 중심의 정치극이자 철저히 대사로 끌어가는 말의 연극이다. 따라서 연출은 굵직한 흐름으로 굴곡을 만들어야 하고, 배우는 화술의 기초훈련이 완벽해야 한다. 그런데 연출은 단조롭고, 배우들은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말하고 있다. 대사가 신파조로 들리는 것은 우리말 대본(번역 신정옥)의 말투가 현대감각과 거리가 먼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역 선정에도 문제가 있다. 줄리어스 시저를 80에 가까운 원로배우 장민호가 맡은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그는 뛰어난 배우이지만 구부정한 어깨와 기운 없는 걸음, 나이를 감출 수 없는 탁한 음성은 당당한 영웅 시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원로를 대우하는 것은 좋지만, 결과는 관객에 실례가 됐다. 브루투스는 이 작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전체를 끌고가는 사실상의 주인공이다. 브루투스는 원래 1명이었는데 개막 닷새 전 더블캐스팅으로 바뀌었다. 배우의 목에 이상이 생겨 그랬다는 '공식' 해명과 달리 그가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다른 배우를 먼저 투입, 총 10회 공연 중 전반 5회를 맡겼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배역 오디션이 철저히 이뤄졌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02)2274―3507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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