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100만호 건설, 신규아파트 분양가 30%인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미니신도시 건설…'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잡고 주택공급 물량을 늘리며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내놓은 주택관련 공약들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부동산시장은 안정되고 집없는 서민들의 설움도 한층 해소될 수 있을 듯하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부동산 가격억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서민위주의 주거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보완하고 구체화해야 할 공약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분양가 30%인하, 행정수도 이전 가능할까
이 후보가 내놓은 주택정책 가운데는 '분양가 30%인하'가 가장 눈길을 끈다. 수도권의 한계농지와 구릉지, 임야 등을 저밀도 택지로 활용해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이미 분양가를 자율로 풀어줘 강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분양가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상무는 "주택 230만호 공급 공약이 이뤄질 경우 개발붐으로 땅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분양가는 인근 시세에 연동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값을 꾸준히 내릴 수 있는 방안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 후보의 정책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임기 내 완결보다는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대표는 "3공화국 때도 추진했지만 실패했던 정책"이라며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한 기업들이 따라가지 않을 것이 뻔하고, 반쪽 성공으로 끝난다면 과밀억제 방안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 등 2007년까지 추진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부동산 뱅크 김용진 편집장은 "단계적으로 추진될 경우 주택시장 안정에는 메가톤급 효과를 내겠지만 다분히 이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주택공급 방향도 보완 필요
주택공급 대책으로는 이 후보가 '임기 중 민간·임대주택 230만호 공급을 통해 보급률을 110%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노 후보는 '임대주택을 매년 20만호씩 건설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 것인가가 선결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공급 속도로 본다면 두 공약의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서울과 수도권 과밀지구에서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지와 재원마련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과밀억제 대책과 관련해 이 후보가 내놓은 미니신도시 건설이나 노 후보가 내놓은 투기억제를 통한 아파트값 안정책도 강력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해밀컨설팅 황 대표는 "관주도의 신도시 건설 정책보다는 개발이익과 세제혜택을 주어서라도 민간을 끌어들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권의 주택정책이 물량위주에서 벗어나 질을 담보한 정책으로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뱅크 김 편집장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삶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물량위주로 접근하다 보니 신도시 건설이 실패했고 수도권과밀화는 더 악화했다"며 "주택 가격안정도 노령화, 핵가족화, 도시화, 입시 등의 현실적 문제를 고려한 질적 접근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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