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흥행 실패'가 뉴스가 될 김상진 감독의 영화가 또 다시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아치들만 나온다"고 욕할 것 같았던 '주유소 습격사건'은 "시원하다", "또 유치한 패싸움이냐"는 말이 두려웠던 '신라의 달밤'은 "나 수학여행 때도 말야…"하는 반응이었다. 물론 남자들의 반응이다.김상진 감독과 박정우 작가의 코미디 특성은 이렇다. '신라의 달밤'과 '광복절 특사'를 보자. 남자 두 명이 주인공이며, 둘은 주로 티격태격할 것. 한 놈은 남성다워야 하며, 한 녀석은 좀 소심할 것. 둘의 관계는 한번쯤 역전될 것이며, 마지막은 시원한 패싸움, 남자들이 유독 '의리'를 중시하는 것은 "의리를 지켜 여자에 맞서자"는 게 아니다. 또 다른 수컷의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자는 취지의 발로다. 그러므로 남자의 의리란 수컷의 공격 본성이며 그들의 존재는 샴쌍둥이 같은 것이다.
늘 정글에 서 있는 듯한 남성들에게 김상진 코미디에서의 두 남자의 '역전'은 꽤 유쾌한 반전이다. 감옥에서 '형님' 대접 받고, 숟가락 하나로 굴을 파낸 차승원은 실생활에선 젬병이다. 사회로 나온 형님은 '아그들'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한다. 탈옥에 성공했지만, 차승원은 운전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방에서는 하찮기만 했던 설경구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감방이라는 수컷의 본능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벗어나며 근육이 약한 설경구는 비로소 차승원과 동격의 인격체가 된다. 그래서 설경구가 운전하는 차에 얻어 탄 차승원은 뒷방 노인마냥 궁시렁거리는 것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시해야 했다. 주먹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이지만, 운전면허는 학원만 다니면 딸 수 있다. 김상진표 코미디의 매력은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죄를 실토케 하는 어설픈 사회비판이 아니라, 한 순간에 마초를 쪼다로, 쪼다를 영웅으로 만드는 '역전 드라마'에 기인한다.
남자들의 엎치락뒤치락에 무게가 쏠리니 여자는 참 우스운 존재로 그려진다. 김상진 영화에서 여자란 경찰 앞에선 눈물 흘리다 동생의 목을 조르는 말괄량이거나('신라의 달밤'), '분홍 립스틱' 노래 한 곡이면 정신을 못 차리는 치매 수준('광복절특사')이다. 때문에 여성을 착취하는 남성과의 관계에 집착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보다 더 여성을 혐오하고, 더 우습게 아는 것은 김상진 감독이 아닌가 싶다. 가만 그렇다면, 그것도 얄팍한 흥행코드? 컷!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