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가 온다. 지금까지 수입대행업체(한성자동차)를 통해 차를 팔아온 벤츠가 내년 1월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를 설립하는 것이다. 관심의 초점은 '벤츠가 지금과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냐'와 '국내 수입차 시장의 최강자인 BMW를 꺾을 수 있느냐'에 있다.벤츠 코리아는 한국법인 설립을 통해 내년에 4가지 목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수입차 시장 평균 성장률을 초과하는 고성장 브랜드 인지도 향상 고객 서비스 개선 딜러망 확충 등이다. 이보 마울 벤츠 코리아 사장은 "벤츠 코리아에게 내년은 매우 중요한 해"라며 "한국시장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인정 받겠다"고 말했다. 마울 사장은 특히 "2005년쯤이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과 브랜드 가치 등에서 명실상부한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해 BMW 코리아에 대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3년 안에 BMW를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현재 BMW가 독주하고 있다. 올 1∼10월 판매대수만 봐도 BMW가 얼마나 앞서 있는지 드러난다. 이 기간 BMW는 4,117대를 팔았으나, 벤츠는 1,827대를 파는데 그쳤다. 벤츠가 BMW의 절반도 팔지 못한 셈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BMW의 실적은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한 시기에 다른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에서 철수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했던 것과는 달리 영업망을 유지하고 고객 서비스를 지속한 결과다. BMW는 현재 수입차 업체 중에서 가장 많은 전시장(31곳)과 A/S센터(18곳)를 갖추고 있으며, 브랜드 인지도면에서도 최고다. 이에 대해 마울 벤츠 코리아 사장은 "아시아 금융위기 때 벤츠는 가장 비싼 S클래스 판매에 집중한 반면 경쟁사(BMW)는 다른 전략을 폈다"며 전략적 실수를 인정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벤츠 코리아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수입자동차업계 관계자는 "1986년 일본에 벤츠 저팬이 설립된 뒤 몇 년 지나지 않아 벤츠가 1위에 올라섰다"며 " '고급 승용차의 제왕'인 벤츠의 브랜드 파워를 고려할 때 한국 시장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상당기간 BMW가 선두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판매와 고객 서비스 강화에 결정적인 전시장과 A/S센터에서 벤츠 코리아가 BMW를 따라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BMW코리아는 내년에 영업, 마케팅, A/S 부문의 본사 인력을 10∼15명 충원하고 전시장은 40개로, A/S센터는 25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벤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현지화한 경영진도 BMW의 강점으로 꼽힌다. 벤츠 코리아는 마울 사장(독일)과 마케팅 담당 부사장 거드 윌러프트(독일), 재무 담당 부사장 크리스토퍼 그룸리(호주) 등 주요 경영진이 독일계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이다. 부사장급 중 A/S 담당 송중천씨가 유일하게 한국인이다. 반면 BMW 코리아는 김효준 사장이 한국인이고 5명의 이사 중 3명이 한국인이다.
벤츠 코리아가 독일 본사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있다고 한다면, BMW 코리아는 현지 인력 중심으로 다소의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양사 대표이사의 경력도 대조적이다. 55세인 마울 벤츠 코리아 사장은 독일 뮌헨 대학 출신의 경제학 박사로서 트럭 등 상용차 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45세인 BMW 코리아의 김 사장은 덕수상고 출신으로 BMW 코리아에서 상무, 부사장을 거쳐 사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대표이사의 이력만으로 볼 때 벤츠 코리아는 공격적인 시장 침투에, BMW코리아는 내실 있는 성장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환란을 거치면서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BMW코리아와 전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벤츠 코리아의 시장 쟁탈전이 앞으로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 같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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