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경제적 평등에 얼마나 기여했으며, 복잡한 국제환경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미국 정치외교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는 최신호에서 거품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2000년을 중심으로 세계화의 진척도와 전망, 반 세계화 논리의 적법성 등을 광범위한 표본조사를 통해 집중 조명했다. 이번 조사가 주목받는 것은 경제적 교류에 집착했던 첫번째 조사와 달리 개인간 이동, 인터넷, 정치적 민도 등 사회분야의 통합도를 세계화 지수에 포함, 기업뿐 아니라 개인의 변수를 크게 부각시켰다는 데 있다. 또 표본을 전 세계 인구의 85%, 경제적으로는 전 세계 90%를 대상에 포함시켜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
우선 이 잡지는 세계화가 진행된 국가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경제적 평등에서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발도상국이 세계화로 인해 더욱 빈곤해지고 불평등해진다는 비판과는 거리가 있는 결과이다. 오히려 세계화에 따른 경제정책 복지프로그램 교육정책 등이 소득분배에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국가 간 교류에 크게 의존하는 소국(小國)들이 세계화 진척도에서 경제점유율이 높은 대국들을 크게 앞질렀다.
경제교류, 여행·통신 등 개인 간 접촉도, 인터넷과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 정치적 개입 등 4가지 기준에서 작성된 세계화 순위에서 아일랜드, 스위스,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 소국들이 미국과 영국 등을 앞지르고 앞자리를 차지했다. 지난번 조사에서 6위에 그쳤던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와 유로화 채택, 정보통신 등의 하이테크 산업 발전으로 이번 조사에서 가장 세계화한 국가로 떠올랐다. 싱가포르는 지난번 1위에서 이번에는 다소 악화한 경제지표 때문에 3위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선두권을 형성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권의 인터넷 인구가 급속히 증가한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이들 나라는 스칸디나비아 지역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인 지역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인터넷 기반시설을 크게 확충, 온라인 인구면에서는 오히려 미국을 앞질렀다. 부문별로는 인터넷상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했던 영어가 점유율면에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2000년 1년 동안 인터넷에 오르내렸던 영어권 네티즌이 1억 9,200만 명으로 추산된 데 반해 비 영어권 네티즌은 2억 1,100만 명에 달했다. 영어가 여전히 주도적 위치를 차지했지만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이 크게 입지를 확보했다. 외교공관 등 각국의 정치외교 노출도에서도 방글라데시, 세네갈,터키, 베네수엘라만이 자국을 대표하는 외교 공관이 줄어들었을 뿐 세계적으로 344개의 외교공관이 신설됐다. 개인 간 접촉에서는 9·11 테러 이후 여행이 급격히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대안으로 전화와 인터넷과 같은 통신 이용이 급팽창, 교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점도 지적됐다. 전반적인 세계화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세계화 기간망에서 선진국과 그 외 국가들 간 격차는 여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전 세계 인터넷 호스트서버의 95.6%를 독식했고 그나마 나머지도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등이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2001년 말 현재 OECD는 인구 1,000명 당 100대 이상의 호스트서버를 보유했으나 나머지 국가들은 1대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보츠와나, 이집트, 페루,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세계적인 디지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해 상대적인 통합도에서 오히려 후퇴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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