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국가의 폭력, 그리고 여기에 맞선 민주화 투쟁은 단지 흘러간 과거사에 불과한가.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소(소장 이영환)가 최근 국가폭력과 민주주의 투쟁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한 희생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사를 재조명한 연구 결과 '국가 폭력, 민주주의 투쟁, 그리고 희생'(함께읽는책 발행)을 펴냈다.
이번 연구는 저항세력의 폭력성을 문제 삼은 '우리 안의 파시즘(미시 파시즘) 논쟁'으로 국가 폭력의 문제가 과거의 기억으로 주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저항세력의 희생이라는 새로운 잣대를 통해 거대 파시즘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주목된다. 학술진흥재단의 중점연구소 지원 연구 프로젝트 '한국사회 재인식' 시리즈의 하나인 이번 연구에는 조희연 조현연 정해구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등 중진·소장 학자 10명이 참여했다.
연구는 1950년대부터 87년 이후 민주주의 이행기까지 나타난 희생에 대한 통계적 계량화와 사례를 통한 구체화, 유형화를 시도한다. 3부 10장으로 학생운동, 노동운동, 진보정치운동, 야당정치, 재야 등 부문별로 희생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령 학생운동과 국가폭력에 따른 희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김영삼 정권기인 96년 전 시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학생 구속자(922명)를 양산했다. 전재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는 민주주의 이행과 민주화운동 희생의 상관관계가 그리 높지 않으며, 형식적으로 민주주의로의 이행이 시작되었음에도 국가폭력 수준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또 노태우, 김영삼 정권을 거치면서 노동법 개정, 총액임금제 폐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등 국가권력 담당층이 위기라고 인식하는 국면에서는 과거와 동일한 수준의 국가폭력과 억압이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2001년 대우자동차 노동자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90년대 들어 집시법 위반 검거자 수는 93년 460명에서 94년 763명, 96년 9,383명으로 늘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왜 국가폭력은 지속되는 것일까. 조희연 교수는 '민주주의 이행과 과거 청산'이라는 글에서 "억압적 국가기구들의 폭력적 관성은 위기라고 여겨지는 상황이 오면 언제든지 재발휘될 수 있으며, 민주주의는 이러한 국가의 폭력성을 시민적·민중적 힘에 의해 통제하는 일련의 역사적 과정을 통해서 확립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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