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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한국學도 외국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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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한국學도 외국서 공부?

입력
200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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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초겨울은 대학원의 계절이다. 한편에서는 대학원 신입생을 뽑고, 다른 한편에서는 석박사 학위 논문을 심사한다. 입학과 졸업을 준비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모두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요즘 대학의 사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대학원 입학 지원자 수는 정원에 한참 미달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서울대의 경우 인문학 쪽은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고, 지원자 중 서울대 학부 출신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들은 모두 유학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그들은 왜 떠나는가. 국내의 모든 대학들이 교수 채용 시 외국의 박사학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강조되면서 그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국 박사 선호가 결과적으로는 우리 대학원을 고사시키고 결국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때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을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만들고 학부는 축소하자는 안이 나왔다. 그러나 서울대 대학원도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 그런 안은 이미 폐기 일보 직전에 있다. 한국의 주요 대학들은 미국의 주요 대학에 우수한 대학원생을 공급해주고,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들을 다시 받아들여 교수로 채용해주는 처지로 전락해가고 있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 대학은 미국 대학의 '하청 대학'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학부 때부터 유학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위 한국 대학의 위기이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은 한국사 교수 채용을 공고하면서 '외국어 강의 가능자'라는 단서를 붙였다. 이 대학은 지난번에도 같은 단서를 붙여 외국에 유학하여 한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를 교수로 채용했다. 또 요즈음은 한국현대사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미국 유학이 필수인 것처럼 생각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제는 한국사도 외국에 가서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학도 미국에 가서 해야 한다면 다른 학문의 처지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학문은 이미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미국은 세계의 중심이고, 학문의 중심이며, 따라서 미국 학문은 보편성을 지닌 선진적 학문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반면에 한국은 세계의 변방이고, 학문의 변방이며, 따라서 한국의 학문은 보편성이 결여된 후진적 학문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모든 나라의 학문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학문은 미국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학을 하는 이들의 연구 경향을 보면, 그것은 미국의 인문학, 사회과학 학풍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즉 미국의 한국학은 미국 학문의 일부인 것이다.

또 그것은 크게 보면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한 학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일부 학자들은 그것을 선진적, 보편적 학문인 것처럼 여기고 국내의 학문을 후진적 학문이라고 비판한다. 앞으로 미국에 유학하여 한국학을 하고 돌아오는 이들이 늘어날 때 그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오늘날 대학원의 위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학문의 위기다. 한국 학문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최근 인문학 지원 혹은 이공계 지원 등 정부의 여러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 방법은 오직 하나, 그것은 대학 교수 채용 시 국내 대학 박사학위 취득자들을 일정 비율 채용하는 것이다. 요즈음 교수 채용 시 여성 혹은 타 대학 출신자들을 일정 비율 채용하는 대학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에 덧붙여 국내 박사들을 일정 비율 채용해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 대학을 살리고, 한국의 학문을 살릴 수 있다.

박 찬 승 충남대 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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