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를 보였던 국내증시가 미국 뉴욕증시 하락 등 해외 악재가 터져나오면서 한풀 꺾였다.미국 기업들이 4분기 실적을 미리 예고하는 기간(프리어닝 시즌:pre-earnings season)에 접어들면서 실적 부진 전망을 내놓자 실망한 투자자들이 더 늦기 전에 차익을 실현하자며 매도에 나섰다. 새로운 호황장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낙관론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쏟아진 실적 부진 전망은 미국 증시를 낙담케 했고, 이 때문에 연일 상승하던 국내 증시도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대세 상승 과정에서 단순한 조정인지 아니면 반짝 랠리가 끝나고 또다시 하락 추세로 복귀한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경기는 침묵, 실적이 말한다
정보기술(IT) 등 산업·소비 경기가 연말과 연초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상승하던 한·미 증시는 기업들의 4분기 실적 전망이 좋지 않게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AOL타임워너(인터넷·광고)와 노키아(휴대폰), 포드(자동차) 디즈니(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산업을 포괄하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들떴던 투자심리가 가라앉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대'가 아닌 '현실'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한·미 증시의 하반기 랠리는 9월말에서 10월초 사이에 시작돼 12월까지 이어지다 기업 실적발표(컨퍼런스)가 시작되면서 옆걸음질 했다.
기업 실적조사 전문기관인 퍼스트콜은 11월 들어 S&P500 지수에 속한 기술주들의 4분기 실적전망치를 잇따라 낮춰 10월 11일 예상치에 비해 11월말에는 22%나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인텔의 4분기 실적전망 발표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기업실적 연착륙
국내기업의 4분기와 내년 초 실적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 성진경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순이익은 4분기까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1분기에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지만 절대 규모 면에서 내년 1분기 순익이 올 1분기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실적 개선 모멘텀이 증시 추세 반전을 이끌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11월 중순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는 반도체 가격이나 유가 상승 등도 실적 개선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하지만 이는 전체 산업과 업종에 대한 전망일 뿐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돋보기를 들이대면 얘기는 달라진다. 동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순익은 3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 들어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고, 거래소와 코스닥 174개사의 올 영업이익은 29.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또 41개사의 실적 전망치가 상향조정됐고 79개사는 낮춰졌지만 상향 비율 면에서는 3분기보다 개선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키움닷컴증권 김남진 리서치팀장은 "소비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출증가가 경기를 견인하고 있고, 2%대의 낮은 실업률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게 하고 있다"며 "하루하루 지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내년 경기를 보고 실적이 연착륙하며 시장지배력이 큰 업종 대표주를 사 모을 때"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