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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세계박람회 "우물안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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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세계박람회 "우물안 셈법"

입력
200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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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법이다. 3일 모나코에서 열린 세계박람회기구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4차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끝내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전에서 패배했다. 올림픽 월드컵 같은 규모의 세계적 행사 유치경쟁에서 처음 실패했다는 심리적 충격이 적지 않지만 우리측 대표단 관계자들의 말처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만큼 굳이 결과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하지만 앞으로 같은 우(愚)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은 적지 않다. 결과론이지만 이번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꿴 흔적이 역력하다. 여수는 상하이(上海)나 모스크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제적 인지도가 떨어진다. 정부는 "여수처럼 작은 도시가 전 세계의 균형적 발전을 추구하는 박람회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공허한 외침이었다. 유치 가능성을 높이고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차라리 부산, 인천 같은 곳이 더 적합했다는 평가다. 출발부터 유치전략이 잘못 짜여졌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대회의 성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도 빠질 수 없다. 중국은 장쩌민(江澤民) 국가 주석이 세계박람회 유치를 국가 제1과제로 선포하는 등 국가 역량을 총동원한 마당에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계박람회를 '해양엑스포' 정도로 인식해왔던 게 사실이다. "정부 주요 부처 간부들조차 세계박람회가 어떤 행사인지 몰랐는데 유치가 가능했겠습니까"는 한 공무원의 냉소적 평가는 핵심을 찌르는 지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픈 대목은 4차 투표에서 중국에 20표 이상 떨어지는 열세로 나타났는데도 개표직전까지 우리 유치대표단은 1∼2표 차이 박빙의 승부라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만큼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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