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도청 조사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도청 조사위

입력
2002.12.05 00:00
0 0

헨리 키신저 전 미국무장관이 위원장을 맡은 9·11테러 조사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테러가 난 지 14개월이 지나서야 위원회가 발족했지만, 활동기간은 18개월이나 된다. 여야가 추천한 동수로 10인 위원회를 구성,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방부는 물론 대통령·부통령 등 모든 관계자를 포괄적으로 조사한다. 어떤 기관이나 어느 누구도 안보 문제와 내부 보안 등을 이유로 조사를 거부할 수 없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무한대로 조사, 최종 결론을 낸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연쇄 폭로한 도청 문제에 대해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실을 파헤쳐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진실을 알 길이 없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하지만 이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답답해서 하는 얘기다. 대선이 진행 중인 가운데 폭로의 진실을 규명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죽기살기로 맞선 선거에서 한쪽은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라도 정확한 진상을 밝혀, 분명한 책임소재를 가리면 마구잡이식 폭로와 일단 부인으로 점철된 우리의 '폭로문화'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이다. 폭로내용이 사실이면 이를 부인한 청와대와 국정원은 국민의 정부 임기가 끝난 뒤에도 처벌을 받아야 하고, 폭로가 조작됐거나 사실이 아니라면 폭로에 나선 당사자들은 정치판에서 퇴출돼야 한다.

■ 미국을 벤치 마킹한다는 것은 일면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보면 못할 것도 없다. 국정원의 실상에 정통한 거물급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여야가 추천한 과학자를 포함한 관계 전문가를 위원으로 해 1년 이상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실을 규명하자는 것이다. 휴대폰 도청이 가능한지를 가릴 기술적 검증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정원 당사자와 폭로 당사자는 물론, 필요하면 청와대까지 조사해야 한다.

■ 그래야만 폭로가 소모적 정치공방으로 번지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엉터리 관행이 바로잡힐 것이다. 세월이 지나더라도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가려지고 책임소재가 분명해져야만, '무조건 부인'과 '일단 폭로'의 악순환이 사라질 수 있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