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의 대선 후보 첫 TV합동토론은 대선구도가 이회창·노무현의 양강(兩强) 대결임에도, 3자 토론으로 진행돼 긴박감이 덜했다. 때문에 주제가 발화성 높은 정치 외교 통일 안보 분야였지만, 뚜렷한 쟁점이 부각되지 않았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노 후보가 역대 어느 후보보다 이념적 편차가 크고, 지향점이 달라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했다.유권자들은 이·노 후보간의 직접 대결상을 원했지만, 형식적 평등에 따라 권영길 후보가 토론 당사자가 되는 바람에 본격적 정책대결을 보지 못했다. 선거법에 따라 구성된 TV 토론위원회가 전국규모의 여론조사에서 5%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와 전국규모의 선거에서 5% 이상의 득표를 한 후보를 토론 참여자로 결정한데 대해 굳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토론의 효율성에는 문제가 많았다고 본다.
패널이 없고 사회자의 개입이 제한된 가운데 이뤄진 토론은 자신의 비전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상대방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시종 했다. 사회자가 지나친 인식공격과 상호비방을 삼갈 것을 주문하고, 후보들도 여러 차례 이를 다짐했지만 한계를 벗어나는 데는 실패했다.
토론은 무엇 때문에 정치가 달라져야 하고, 서로가 주장하는 새로운 정치상이 무엇인지를 제시하지 못했다. 대선 정국의 최대현안으로 급부상한 도청문제에 대해서도 평범한 의견개진만이 있었을 뿐이다. 대북문제나 여중생 사망에 따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등 대미정책, 정치개혁의 추진 및 부패척결 등의 주요쟁점에 대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게 고작이었다. 후반부에 후보간 직접 토론 코너가 있었지만, 양자 대결이 아니라 3자 토론이 되는 바람에 산만한 분위기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TV토론은 10일 경제분야를 주제로 계속된다. 2차 토론에서는 보다 생산적인 정책대결과 차별화 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그 동안 후보간 TV토론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국민들은 TV토론에서 차별화 된 후보의 모습을 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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