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은 수사기관인 동시에 정보기관이다. 중앙정보국(CIA)이 해외 정보수집을 전담으로 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의 방첩활동은 FBI의 몫이다.그러나 오늘날 과학수사의 모범으로 손꼽히며 매년 각 나라로부터 많은 수사 및 정보요원을 받아 위탁교육하고 있는 FBI도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권력욕에 불타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전설적인 존 에드가 후버 국장 시절의 일이다.
■ 'COINTELPRO'라는 암호명으로 1956년부터 15년 동안 지속된 FBI의 비밀작전은 그야말로 '국가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행해진 불법활동의 전형적 사례였다.
소련과의 냉전과 더불어 광신적인 반공주의의 선풍 속에 수만 명의 시민운동가, 반전 그룹, 평화운동가, 소수민족 단체, 인권단체 등에 대해 도청, 미행, 감시, 폭로, 암살 등이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1971년 NBC의 특종기자 칼 스턴의 끈질긴 탐사보도로 인해 상원 청문회가 열리기까지 진행된 비밀작전의 대상자로 오른 사람 중에 후일 외국의 스파이로 판명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도 이 작전의 피해자였던 것이 최근 기밀문서 공개로 밝혀졌다.
레논의 평화주의적 성향을 의심해온 FBI는 1970년 도청을 통해 그가 반전운동을 후원하는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알아낸다. 이들은 레논이 오래 전 영국에서 마리화나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들추어낸 뒤 이민국을 시켜 "미국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 공연이 취소됐음은 물론이다.
■ 오늘날 국정원이 불법도청의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냉전의 유산이다.
과거 공산주의와의 대결을 최우선적 국가과제로 설정해놓았던 시기에 정보기관의 사찰활동이 합법적이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반국가적 행위로 의심받았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져 국정원이 오히려 남북의 대결보다는 화해를 강변하고 있는 마당에도 여전히 국내정보 수집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게 문제다. 스스로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함으로써 지금 호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신재민 논설위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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