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 발표 다음날인 3일, 예상대로 일선 고교는 또 한번 초상집으로 변했다. 교육당국과 언론사에는 "누구를 위한 시험이냐"는 불만이 쏟아졌고, "더 이상 고3은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평균 점수가 역대 최고 난이도를 보였던 지난해보다 더 떨어져 '진로 대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원인을 이른바 '이해찬 2세대'인 고3생들의 학력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당국의 '나홀로 수능 출제'탓으로 돌렸다.이 아우성을 뒤로 한채 교육당국은 다른 소리를 냈다.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종승(李鍾昇) 원장은 2일 "(난이도 조절 실패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해마다 재학생 수준에 맞춰 난이도를 조정해 평균과 분포가 거의 같도록 출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나홀로 수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난이도 운운에 앞서 고교교육 목표에 부합하도록 문항의 타당성과 적합성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며, 수능도 이 방향에 맞추는게 당연하다." 옳은 말이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출제당국의 '철학'은 비현실적이다. 재수생과 재학생의 평균점수차가 최고 46점 이상 벌어지고, '재수 공화국'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 난이도 실패가 낳은 부작용은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공부를 안해 성적이 낮은 데 어쩌란 말이냐'는 주장은 무책임하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출제당국의 변을 역으로 보면 "공교육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부분을 사교육으로 때워 학생들의 수준부터 높여라"는 해석까지 가능해진다.
수험생들의 평균점이 207.6점(2003학년도 수능 평균)이라면 출제당국의 눈높이는 250점을 훨씬 넘어 보인다. 그 갭을 줄이지 않는 한 수능홍역은 내년에도 후년에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김진각 사회부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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