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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안산 화랑저수지 "도심속 철새도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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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안산 화랑저수지 "도심속 철새도래지"

입력
200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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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철새들이 어울리니까 너무 멋지지 않아요?" 2일 오후 경기 안산시 초지동 화랑저수지. 19만여 평의 저수지엔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등 겨울철새 5,000여 마리가 물 위를 유유자적하며 노닐고 있었다. 석양이 질 무렵에는 대여섯마리씩 짝을 이룬 흰뺨검둥오리들이 '궷, 궷' 소리를 내며 물 위를 활주해갔고, 잇달아 다른 오리들이 물위에서 물장구를 치며 퍼드득 날개짓을 해댔다.■철새, 아파트, 도로 어울려 묘한 조화

새들의 비상 뒤로는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도로가 늘어서 있었다. 화랑유원지 도로변으로 차들이 한 두대씩 질주하고 있었지만 새들은 아랑곳 하지 않으며 물 위로, 물 속으로 부지런히 먹이감을 찾아다녔다.

안산시 화랑저수지가 도심내 대규모 철새 도래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98년께부터 철새들이 하나둘 찾아들기 시작, 지난해에는 2,000여마리가 오더니 올해 들어서는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등 10여종의 철새 5,000여 마리가 대규모로 찾아와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람들의 접근에 민감한 철새들이 번잡한 도심내에서 서식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화랑저수지 인근은 안산 주공아파트단지와 주택가, 도로 등이 둘러싸고 있지만, 철새 무리들과 어울리면서 자연과 도심의 훌륭한 조화가 연출되고 있는 것.

저수지 주변에는 조깅하는 시민들과 철새 구경을 나온 가족들로 한적한 오후의 풍경이 펼쳐졌다.

인근 선부동에서 10여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 조영래(趙榮來)씨는 "새벽에 나와보면 아침 햇살과 어울려 새들이 한꺼번에 무리지어 날아가는게 정말 장관"이라며 "갑자기 많은 새들이 찾아와 얼떨떨하지만 이렇게 새들과 가까이에서 지내게 되니까 마음도 맑아지는 것 같다"고 말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갈대숲, 수초들이 철새들의 보호막

철새들이 도심지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화랑저수지내 3분의 2 정도를 가득 메운 갈대 숲 때문. 3년전부터 저수지내에서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한 갈대숲이 바로 철새들의 보호막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장난끼 많은 아이들이 저수지로 돌을 던지면 새들은 모두 갈대숲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식.

환경운동가 최종인(崔鍾仁)씨는 "갈대숲이 외부의 위협을 차단시켜주는 새들의 은신처가 되면서 새들이 도심내라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안히 서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랑 저수지내에 자라는 풍부한 수초들도 새들에겐 겨울을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든든한 먹이감이다.

화랑저수지가 갈대숲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자연상태를 유지하게 된 것은 결국은 사람들의 손때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들어가 낚시터로 이용되던 이곳은 3년전 유원지로 조성되면서 저수지내로 사람들의 진입이 금지됐다. 또 생활하수 등이 흘러들지 않고 자연 샘물이 나오는 저수지이기 때문에 수질 오염의 걱정도 없는 곳. 안산시 관계자는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자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더니 철새들도 찾아왔다"며 "시민과 새들이 함께 어울리는 휴식처로 더욱 가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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