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실시된 첫 대선후보 TV 합동토론회에서 주전선을 형성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토론 스타일에 있어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노 후보는 이 후보를 집중 공격하는 대목에서 '할 말은 하겠다'는 듯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쓰는 모습이 더러 눈에 띄었다. 이 후보 역시 "양보는 없다"는 듯 노 후보의 약점을 날카롭게 파고 들었으나 비유와 가정을 섞은 방식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노 후보는 한나라당측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 문건'에 대해 "출처도 불분명한 '지저분한' 물건을 쥐고 앉아서 상대방을 공격하면 안 된다"며 한나라당의 행태를 비난했다. 노 후보는 "이 후보는 지역주의에 불을 질러 재미를 많이 봤다"는 직설적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에 비해 이 후보는 도청 의혹관련 공방에서 "불법 도청을 문제 삼는데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는 것은 극장 안에서 불이 난 것을 알리는 사람에게 표를 갖고 있냐고 따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유를 들어 대응했다.
두 후보의 토론 스타일은 누가 더 부정부패에 가까운가를 놓고 설전을 벌일 때에도 두드러졌다. 노 후보는 이 후보가 '부패한 DJ 정권의 수혜자'로 자신을 몰아가자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세청동원 대선자금 모금 및 안기부 자금 총선전용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이 후보에게 "남을 나무랄 형편이 아니다"고 쏘아 붙이는 '공박형'화법을 구사했다. 이에 비해 이 후보는 "덮어 씌우면 다 유죄냐"고 반문한 뒤 "정말 이런 정치를 계속하면 안 되고 우리끼리 라도 정치를 바꿔 나가자"면서 '설득조'로 질문의 핵심을 우회한 뒤 역공을 가했다.
양강의 토론 구도 속에서도 종횡무진의 토론 방식을 선보인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토론의 상당부분을 이 후보와 노 후보에 대한 양비론에 활용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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