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나마 정부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니 다행이다. 미군 장갑차의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국민적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이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3일 "이번 사건이 한미 동맹관계를 저해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각에 내린 SOFA의 개선 지시는 적절하다. 서울 도심에서의 불꽃시위로까지 번지고 있는 '성난 여론'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닌 바에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백번 옳다.일부에서 폭력성을 우려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작금의 반미감정도 따지고 보면 불평등한 SOFA 규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상식에 반(反)하는 미군 재판의 결과가 국민적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SOFA의 독소조항 때문에 초동수사가 안되었고 또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공정한 재판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난해 SOFA 규정이 개정된 바 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형사재판의 경우 외에 민사배상, 환경오염 등에 있어서도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나아가 한미 동맹의 기본 성격에 대해서도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본다. 반세기 전 한반도가 전쟁의 회오리에 휩싸여 있을 때 '공산주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군이 진주했다'는 개념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냉전이 종식되고 남북관계가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이때, 한미 동맹관계의 본질도 마땅히 재정립돼야 한다. 그래야만 주한미군이 이 땅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설명되고 그에 따른 SOFA의 진정한 개선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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